성균관의 공부 벌레들 - 조선 최고 두뇌들의 성균관 생활기
이한 지음 / 수막새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요즘에 '성균관 스캔들'이라는 드라마 덕분에 성균관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이 무척 높아졌다. 내용만 보면 일단 드라마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황당한 설정도 어느정도 이해는 되지만, 실제로는 거의 불가능했으리라 본다. 이 책을 보면 굉장히 엄격한 규율 속에서 생활해야 했던 성균관의 실제 생활들이 낱낱이 서술되어 있다. 우선적으로 알아야 할 사실은 이 책은 픽션이 아니라 역사적인 사실을 그대로 우리들에게 전해주는 역사책이다. 다만 재미있는 이야기와 여러가지 사례, 맛깔나는 문체를 통해 정말 재미있게 옛날 성균관에서 있었던 일들을 설명한다. 제목은 '공부벌레들'이라고 했지만, 이 책에 서술된 그들의 모습을 보면 완전 사고뭉치들이다. 이것이 드라마가 아니라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는 사실이 좀 더 흥미진진하게 여겨진다.

 

성균관이라고 하면 옛날의 대학교와 마찬가지인 공립 교육기관이다. 요즘에도 대학 입시 시험이 있듯이, 성균관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자격을 갖추어야 했다. 가끔씩 특채도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 성균관에서 공부하는 유생들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시험을 치르고 들어온 사람들이다. 전국의 인재들이 모인 학교이다보니, 이 곳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곳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어야 가장 중요한 관리 채용 시험인 대과에 합격할 수 있으니 모두가 열심히 공부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젊은 혈기로 가득찬 이 곳에 모인 학생들이 공부만 하고는 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런저런 사고도 치고, 큰 사건은 실록에도 기록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 기록 덕분에 우리가 지금 옛날의 성균관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알게 되기도 하는 자료가 되니 무조건 나쁜 짓을 한 학생이라고 나쁘게 볼 일만은 아닌 듯 하다.

 

사실 역사책이라고 하면 고리타분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기 쉬운데, 이 책은 그런 편견을 과감하게 깬다. 별로 재미없을 것 같이 생긴 표지와는 달리, 저자의 필력이 워낙 뛰어나서 어떻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이 책을 읽었다. 주제별로 성균관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을 서술하고, 적절하게 저자의 의견도 덧붙이면서 가끔은 각색한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한다. 사실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독자의 편의상 지어낸 이야기이니 아예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은 아니다. 나는 평소에 역사 관련 서적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만큼은 소설책보다 더 재미있다고 여길만큼 푹 빠져서 읽었다.

 

알고보니 성균관에 있는 유생들이 고리타분한 것만도 아니고, 장난기 가득한 청년들이라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모두 학교에서 지원을 해주는 장학생들이어서 넉넉하게 생활할 것 같았는데, 단체생활이라는 것이 그렇듯이 그리 여유있는 생활을 즐기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나중에 조선을 이끌어나갈 엘리트들이 모인 곳이라 미리 서로를 알 수 있게 되고, 조정의 당파싸움이 이곳까지 번졌다고 하니 출세와 관련된 곳임에는 틀림없다. 요즘 입시가 힘들다고는 해도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오늘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예전부터 관직에 앉히기 위해 자녀들을 공부시키고자 하는 부모들이 무척이나 많았던 모습을 보면서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것은 특별히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다. 예전에는 멀게만 느껴졌던 역사의 인물들이 이 책을 통해 약간은 친근하게 느껴진다. 딱딱할 것만 같았던 역사 속의 인물들이 우리처럼 감정을 가지고 살았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역사가 무척 재미있어졌다. 옛날 문화를 살펴보고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길을 생각해보는 것도 무척 재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성균관에서 생활했던 사람들의 '진짜'이야기가 알고 싶다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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