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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기술
딘 R. 쿤츠 지음, 양혜윤 옮김 / 세시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할 일이 너무 많을 때,
그래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을 때,
내가 하는 것은 그 일에 매진하는 것이 아니라 딴짓하기다.
물론 그 후의 뒷처리에 고생도 덤으로 하지만 도무지 고치기가 힘든 고질병.
사실 지금도 발병했다..;;
고질병이 발동했을 때는
네*버나 다* 같은 사이트에서 웹툰을 보거나 그동안 못 본 미드를 받아보거나 하지만
주로 하는 것은 역시 소설읽기.
이 책은 '딘 쿤츠'라는 작가 이름 때문에 선택한 것이다.
학생 입장이라 가뜩이나 빈 주머니에 선뜻 책을 지르지는 못하여
주로 학교 도서관을 애용하는데
딘 쿤츠의 '오드 토머스' 시리즈가 재미있어 두 번째의 '죽음의 여신'과 함께 빌린 책이
바로 이 '살인의 기술'이다.
하아.. 그런데..
스트레스 도피용으로 읽은 소설에 리뷰까지 쓸 마음이 별로 들지 않는 것은 둘째치고
산 책도 아닌 빌린 책에 대해서는 미안해서라도 웬만하면 별 말 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이건 아니다..
다른 분들도 지적하셨다싶이 '스릴러 작가의 교과서'는 솔직히 약간 과장된 점이 있긴 하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번역, 맞춤법(교정) 그리고 표지(제목 포함)다.
우선 번역.
대체 왜 일본어를 전공한 번역가에게 영어 소설 번역을 맡긴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소일향'님의 리뷰를 보니 혹시 정말 일본어로 번역된 것을 다시 번역한 것인가 싶을 정도다.
더군다나 함께 빌린 '죽음의 여신'은 매우 재밌게 읽은 직후에 이 책을 집어든 터라서
과연 이 책이 별로인 것이 작가의 탓인지 번역가의 탓인지 헷갈린다.
그리고 맞춤법.
출판 과정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출판 전 편집자 등의 사람들이 적어도 한 번은 읽고 교정을 하는 것 아닌가?
수많은 오타들은 계속 한숨을 쉬게 하고
분명 둘(유독 찰리와 크리스틴의 대화에서)이서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높였다 낮췄다 하는 제멋대로 높임법 대화는 뭔가 싶다.
번역상 잘못된 일본어체의 문구도 교정 단계에서 어느 정도는 완화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
교정을 보지 않은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읽은 책이 1판 1쇄여서 지금은 새로 교정되었는지 알 수 없다.
잘못된 점이 있다면 고치고 다시 찍으면 된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1판 1쇄가 이런 식이라면 이건 정말 아니다.
같은 책을 두 권씩 사는 것도 아니고 책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1판 1쇄를 구입하기 마련인데
산 책이 이렇다면 책에 대한 실망은 커지고 잘못된 점을 고칠 2쇄의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나아가 출판사에 대한 이미지도 걷잡을 수 없어진다.
(실제로 읽다가 출판사 이름을 확인하였다. 그다지 좋은 이미지로 남을 것 같지는 않다.)
마지막으로 표지와 제목.
다 읽고서 "대체 뭐가 살인의 기술이라는 거야?"라는 말을 내뱉게 하는 이 제목은 뭐란 말인가.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의 표지와 제목은 「살인의 해석」을 흉내낸 것처럼 보였다.
내 눈엔 다분히 그렇게 보인다.
(사실 그 책도 뭐.. 살인과 정신분석학이 별개의 것으로, 마치 억지로 끼워맞춘 것처럼 보여서
"내 눈에는" 그다지 재밌고 좋았던 소설은 아니었다.)
도피용으로 읽은 책이었는데 실망감을 안고 책장을 덮었다.
웬만하면 있기 마련인 옮긴이의 말도 없는 것을 보고는 옮긴이도 좀 창피한가 하고 수긍했다.
손으로 하든 발로 하든 번역을 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들기 마련인데, (그것도 이렇게 두껍다면)
자신의 이름이 달린 짤막한 글조차 남기고 싶지 않을까?
(이런 생각은 약 2년 전에 읽었던 「번역은 반역인가」라는 책에서 기인한 것으로 기억한다.)
원체 귀찮아서 리뷰는 쓰지도 않던 내가, 그것도 (내 딴에는) 긴 리뷰까지 쓰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은 나에게 '리뷰쓰기'라는 새로운 딴짓 방법을 제공하여 주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