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후둑 떨어지는 빗소리가 좋다. 차는 더디게 가고, 모처럼 둘러본 풍경은 가을이다. 나는 P가 그리워 코끝이 시큰하다. 맥주를 플라스틱 박스 채 사두고 마시던 P는 빗소리를 좋아해서 비만 내리면 차로 내려가 한참을 앉아 있다가 새 맥주박스를 사 들고 올라오곤 했다. 벌써 그 즈음의 계절이고 쌀쌀함이다. 어쩌다 고가에서 나란히 만나지는 국철이 회색 역에 정차한다. P의 기억과 갑작스러운 그리움 잿빛하늘과 막 시작한 네 번째 씨디의 노래가 신파여서 거짓 같다. 씨디 타이틀이 명징하다. 광고 길이의 그리움 이런 노래한곡 한 낮에도 어둑해지는 가을 비 같은 것들이 있어 이렇게 긴 좌회전을 매일 견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