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번 이별을 생각하며 당신에게 간다. 그것은 종종대지만 매우 고요한 시간. 낮은 음악을 들으며 삼십분쯤 고즈넉한 길을 지나 당신에게 다다르면 어느 날은 나같이 분주한 당신이 어느 날은 어쩐지 쓸쓸한 당신이 마중을 한다. 나는 그러면 연습한대로 이별을 할 사람처럼 당신을 만나지만 한 번도 이별하지 못하고 마음만 깊어져 돌아온다. 당신에게 가지 않을 핑계들을 찾아내고  몇 번씩 다짐하지만 나는 또 당신에게로 소리 낮은 노래 몇 장을 챙겨들고 달려간다. 어느 날은 내 분주함이 어느 날은 내 쓸쓸함과 피로 어떤 다짐 같은 것이 읽혀질 테지만 당신은 다만 일관되게 다정할 뿐이고 나는 그런 마음을 의심해서 다음날엔 다시 안개가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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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눈사태가 났을 때 연락할 만한 가족은 있어?“
“가족은 없어요.”
“원래부터 없는 거야, 아니면 있지만 없는 거야?”
“있지만 없는 거.” 아오마메는 말했다.
“좋아.” 다마루는 말했다.
“홀가분한 게 최고야. 가족으로는 고무나무 정도가 가장 이상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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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9-09-16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에요! ^-^ 잘 지내신다는 표적으로 여기겠습니다.
가을이에요, 아프지 마시구요 ~

rainer 2009-09-17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 잘지내요. 잘지내시지요? 언제나 잘 읽고 있어요. ^^

rohook1@hanmail.net 2009-11-04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몸이 아파서 그러셨나
그 수많은 글자 중에서 기억에 남은 것이 "가족'이었군요
빨리 털고 일어나요 쑤~욱

rainer 2009-11-05 10:55   좋아요 0 | URL
하루키는 부상전에 읽었는데... ^^
걸음마 연습중이니, 12월엔 운동도 하게 되겠지요. 어.쩌.면.
가을! 잘보내세요.
 

 

당신의 목소리가 봄 같았습니다.

노랗고 따뜻한 봄볕이 아침 인사를 타고 내 귓가에 와 닿는 것 같았습니다.

소란스러운 일과와 관계들 속에서 한나절을 보내고 문을 나서니, 당신의 아침인사 같은 햇살입니다.

가만히 당신 인사를 떠올리다가,

당신의 목소리가 비이거나 바람소리 같아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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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ia 2009-03-09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이에요, 푸른월요일님.

rainer 2009-03-09 16:16   좋아요 0 | URL
난처한 건 봄이 식욕과 같이 왔다는 겁니다. ^_^
 

지난 깊은 가을 물가에 오래 앉아 있었던 일들을 기억합니다. 봄의 꽃보다 붉고 아름다웠던 가을 단풍들이 물길에 떨어져 뱅글거리던 기억, 수초들이 유유히 움직이던 가장자리에 무심코 툭 찬 자갈이 파문을 일으키다가 느리게 사라지던 기억. 갑작스러운 여행이었지요. 나는 누군가의 결혼식에 가야했던 날이었습니다. 실내가 서늘한 식당 안입니다. 하루 정도는 나라를 들썩이게 할 만한 흥미로운 가십기사가 실린 조간신문을 들고 나온 아침이었지요. 아내와 어린자식을 살해 한 후 연인과 일본으로 도피해 몇 년을 지내다 잡힌 의사의 얘기였어요. E 면의 기사를 다 읽을 무렵 음식이 나왔고, 묵묵히 밥을 먹게 되었는데 그건 순전히 객관적이지 못한 내 시선 때문이었습니다. 대체 뭐라 말 할 수 없는 복잡한 심정이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군요. 나쁜 사람을 나쁘다고 말 하지 못하는 불분명한 마음이 몹시 불편했습니다. 종일 예민해진 건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본 일본 거리의 길고양이 사진 때문입니다. 어쩐지 저런 곳이라면 살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잠깐 스치듯 그런 생각 들었습니다. 사랑의 도피 같은 것을 상상한 것도 아니면서. 나쁜 연인이 숨어 살법한 도시처럼 보였거든요. 그러면서 불현듯, 신문을 들고 떠난 갑작스런 여행지에서의 느낌이 어제 일처럼 떠올랐습니다. 어떻게 잊고 지냈는지 모르겠는 눈부신 가을이었는데 말이지요. 미안해 할 수 있는 마음은 이기적입니다. 감정의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일수 있고, 상처받는 것은 내가 아니라는 자신감 같은 것일 수도 있고. 그걸 비난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확신이 뭐가 나쁘겠어요. 그런데도 나는 공연히 작은 짐작만으로 마음에 생채기를 냅니다. 고맙다는 말이 미웠어요. 고맙다는 말이 미안하다는 말로 들리는 날이어서 불친절하게 굴었습니다. 당신에게 나는 남는 시간 같은 존재 같다고 느끼던 날 중 하루에 일어난 일이어서 마음이 단단하게 굳은 날이었어요. 이틀만 그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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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9-01-21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누구에게도 섣불리 '너는 잘못 살고 있는거야'라고 말하지 못하게 되어버린 자신을 발견했던 때가 기억나는 글입니다.
잘 지내시는가요?
매일 놀고 있는데도 무엇이 그리 버거운지 산본 여행은 꿈도 못 꾸고 있네요. ^-^;

rainer 2009-01-22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가벼운 술자리에서 2009년의 달력을 보면서 살짝 절망했지요.
지금의 정부에서는 '그 다음 월요일 휴무'라는건 없을 거라고들 투덜대면서요.
2월에는 뵐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그러는동안 튼튼한 위장을 만들어 놓고 있겠습니다.
정말 조심해야할 추위가 온다니 건강 챙기시구요.
우리는 가끔씩 엄친아의 노래를 듣고 있지요. ^_____^
 

꿈에 당신은 내게 작고 노란 수술이 있는 풀꽃을 줬어요. 나는 그걸 오른 손에 쥐고 한 참 들여다보다가 꿈에서 깼지요. 그건, 어느 겨울 우리가 먼 여행길에서 봤던 지던 해를 품은 노을의 색 같기도 했어요. 당신은, 우리나라의 풍경 같지가 않아요, 이러면서 겨울 한철을 보냈던 동유럽의 어느 나라 이야기를 했었지요. 나는 그때 당신의 조근조근한 목소리가 노을의 색처럼 따뜻하다고 느꼈어요. 그 때 아주 큰 능 근처를 지나면서 보았던 겨울 잔디의 색 같기도 하고, 내가 당신에게 말 해 주었던 레인보우아이즈를 불러 준 아이의 목소리거나, 흰 문어의 맛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의 그 아이 목소리에 들어 있던 다정함, 연민 같은 것들, 쳇 베이커와는 다른 트럼펫 연주를 해 주고 함께 웃던 그 시절의 따스함 같은 것이 우리 사이에도 만들어지는 것 같았어요. 다시 먼 길을 가게 되면, 그 때엔 봄 바닷가나 목련, 막 돋기 시작한 근처의 마늘밭 같은 걸 얘기해 줘야겠다 싶었어요. 어느날은 그런 기억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지요. 그 말이 거짓이 아니어서 조금 안도합니다. 애쓰지만 당신이 준 풀꽃의 이름을 기억해 낼 순 없군요. 몇 개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떠올라서 가만히 웃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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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의동화 2008-12-26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른월요일에 어때?

rainer 2008-12-29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를 넘기자.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