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당신은 내게 작고 노란 수술이 있는 풀꽃을 줬어요. 나는 그걸 오른 손에 쥐고 한 참 들여다보다가 꿈에서 깼지요. 그건, 어느 겨울 우리가 먼 여행길에서 봤던 지던 해를 품은 노을의 색 같기도 했어요. 당신은, 우리나라의 풍경 같지가 않아요, 이러면서 겨울 한철을 보냈던 동유럽의 어느 나라 이야기를 했었지요. 나는 그때 당신의 조근조근한 목소리가 노을의 색처럼 따뜻하다고 느꼈어요. 그 때 아주 큰 능 근처를 지나면서 보았던 겨울 잔디의 색 같기도 하고, 내가 당신에게 말 해 주었던 레인보우아이즈를 불러 준 아이의 목소리거나, 흰 문어의 맛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의 그 아이 목소리에 들어 있던 다정함, 연민 같은 것들, 쳇 베이커와는 다른 트럼펫 연주를 해 주고 함께 웃던 그 시절의 따스함 같은 것이 우리 사이에도 만들어지는 것 같았어요. 다시 먼 길을 가게 되면, 그 때엔 봄 바닷가나 목련, 막 돋기 시작한 근처의 마늘밭 같은 걸 얘기해 줘야겠다 싶었어요. 어느날은 그런 기억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지요. 그 말이 거짓이 아니어서 조금 안도합니다. 애쓰지만 당신이 준 풀꽃의 이름을 기억해 낼 순 없군요. 몇 개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떠올라서 가만히 웃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