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더 비참하다
비굴해질 수는 없으니까 비참한 감정을 좀 품고 있다가
쓸쓸한 느낌으로 농도가 묽어지기를 기다린다
마음의 그늘이 넓어지면 그때는 내가 내 속에 앉아
쉬고 있는 느낌도 든다
누구를 불러 앉혀 이야기를 나눌 형편은 못되고
왁자지껄 떠드는 아이들 소리라도 들려오면
미소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어느덧 두부장사의 종소리는 저녁의 냄새를 불러오고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 아는 사람의 식탁에
천연스럽게 앉아있고 싶어진다
술을 한 잔 얻어 마시면
턱없는 얘기에도 맞장구를 치다가
돌아올 땐 다리가 아플 때까지 걸어도 좋을 것이다
집에선 없는 일이 밖에선 있는 법이니까
그러려니 하고 팔깍지 끼고 누워 있다가
새삼 분한 마음이 일어나면 모로도 누워보는 것이다
- 우영창
시를 읽다가 정말 크게 웃었지만, 이건, 정말,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