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깊은 가을 물가에 오래 앉아 있었던 일들을 기억합니다. 봄의 꽃보다 붉고 아름다웠던 가을 단풍들이 물길에 떨어져 뱅글거리던 기억, 수초들이 유유히 움직이던 가장자리에 무심코 툭 찬 자갈이 파문을 일으키다가 느리게 사라지던 기억. 갑작스러운 여행이었지요. 나는 누군가의 결혼식에 가야했던 날이었습니다. 실내가 서늘한 식당 안입니다. 하루 정도는 나라를 들썩이게 할 만한 흥미로운 가십기사가 실린 조간신문을 들고 나온 아침이었지요. 아내와 어린자식을 살해 한 후 연인과 일본으로 도피해 몇 년을 지내다 잡힌 의사의 얘기였어요. E 면의 기사를 다 읽을 무렵 음식이 나왔고, 묵묵히 밥을 먹게 되었는데 그건 순전히 객관적이지 못한 내 시선 때문이었습니다. 대체 뭐라 말 할 수 없는 복잡한 심정이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군요. 나쁜 사람을 나쁘다고 말 하지 못하는 불분명한 마음이 몹시 불편했습니다. 종일 예민해진 건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본 일본 거리의 길고양이 사진 때문입니다. 어쩐지 저런 곳이라면 살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잠깐 스치듯 그런 생각 들었습니다. 사랑의 도피 같은 것을 상상한 것도 아니면서. 나쁜 연인이 숨어 살법한 도시처럼 보였거든요. 그러면서 불현듯, 신문을 들고 떠난 갑작스런 여행지에서의 느낌이 어제 일처럼 떠올랐습니다. 어떻게 잊고 지냈는지 모르겠는 눈부신 가을이었는데 말이지요. 미안해 할 수 있는 마음은 이기적입니다. 감정의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일수 있고, 상처받는 것은 내가 아니라는 자신감 같은 것일 수도 있고. 그걸 비난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확신이 뭐가 나쁘겠어요. 그런데도 나는 공연히 작은 짐작만으로 마음에 생채기를 냅니다. 고맙다는 말이 미웠어요. 고맙다는 말이 미안하다는 말로 들리는 날이어서 불친절하게 굴었습니다. 당신에게 나는 남는 시간 같은 존재 같다고 느끼던 날 중 하루에 일어난 일이어서 마음이 단단하게 굳은 날이었어요. 이틀만 그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