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부모 밑에 있을 때가 좋은 거야."
오늘 새벽 아침인가 해서 일어나 핸드폰 액정을 확인해 보니 아직 새벽 다섯 시라 다시 잠들기도 그렇다고 깨기도 곤란한 시간이라 생각했을 때 마침 이 말이, 엄마가 습관처럼 하곤 했던 말이 떠올랐다. 뜬금없이.
정말인 것같다. 결국 모든 선택, 언행이 도착했던 곳으로부터 다시 나로 올 것이라는 책임을 자인하는 나이는 무섭고 도저히 적응이 안 된다. 아무도 내 대신 책임지거나 변명하거나 합리화해 주지 않는 나이, 골짜기 같은 나잇대로 진입하고 있다. 아직 캄캄해서 그런가 다시 어려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불가능하지만. 그리고 또 뜬금없이 윤흥길의 <장마>를 읽고 싶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 이야기 속 아이는 빗소리 속에 평상에 누워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듣는다. 모든 위험하거나 대단한 이야기는 나를 그저 스치고 지나가는 나이. 그 시간은 아프도록 짧다. 내 기억이 틀렸대도 그런 풍경을 꿈꾸는 것만으로도 나는 다시 행복해진다. 비가 내리고 가족이 모두 아직 젋고 건강하고 나를 지켜줄 수 있는 나이. 나는 그저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충분한 그런 시간들. 작가의 의도는 분명 그런 것이 아니었대도 괜찮다. 내가 기억하는 <장마>는 그렇게 왜곡되어 들어와 있다.
이제 그런 시간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