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이력에 이끌려 그의 책을 찾아 읽는 건 묘한 경험이다. '그'는 이 책을 아니, 문학을 칠십이 넘어 시작하고 완성했다. 거의 유일한 대표작이 되었고 생전에는 가족의 소중한 추억이 녹아있는 이 이야기의 영화화를 반대하다 유언으로 승낙하게 된다. 그는 45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 영화를 보지 못했어도 그 아름다운 강의 정경과 생소하지만 묘하게 어떤 그리움을 자아내는 플라이 낚시의 풍경은 낯설지 않다. 작가의 가르치는 자로서의 성실함과 시간의 두께는 <스토너>의 남자 주인공과 닮아 있다. 둘 다 화려하진 않지만 설명하기 힘든 비범하고 아름다운 생을 성실하게 살아냈다. 그 둘의 삶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서사가 된다.

 

 

 

 

 

 

 

 

 

 

 

 

 

 

 

 

<흐르는 강물처럼>의 언어는 대단히 정묘하고 생생하다. 장로교 목사 아버지와 어딘지 이 세상에 굳건하게 발을 붙이고 살지 못할 것 같은 반항아적 동생과 함께 플라이 낚시를 떠난 '나'의 시선을 통과해 오는 그 모든 순간들은 강과 낚시를 둘러싸고 한 가족의 역사와 사랑과 추억을 아로새겨 놓은 절창이다. 그가 '강'을 앞에 두고 하는 생각들은 '삶'을 숙고하는 자세의 메타포다. 그 '읽기'는 건조하지만 깊고 아름답다. '아름답다'라는 형용사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아버지는 형제가 읽고 쓰는 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갑작스런 동생의 죽음은 동생이 '플라이 낚시'에 보이는 재능, 열정이 극대화됨으로써 복선이 되고 또한 아버지와 내가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

 

작가는 자신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이야기를 구태여 소설로 만들려고 애쓰지 않는다. 때로 불친절하고 거친 듯한 필체는 몰입을 방해하기도 하고 역설적으로 읽는 일을 하찮은 일로 폄하하지 않는다. 그가 하는 모든 이야기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 이야기를 왜 해야 했는지, 왜 하고 있는지 묘하게 짐작하게 하는 구석이 있다. <브로크백 마운틴>의 애니 프루의 서문은 좋은 지침이 된다. 공항에서 우연히 이 책을 만난 애니 프루는 깊어지는 황혼속 베란다에서 이 책과 완전히 결합하는 환상적인 경험을 통과하고 마침내 서문을 쓰게 된다.

 

"나는 언제나 강물 소리에 사로잡힌다."는 작가의 마지막 말은 "나는 언제나 생에 사로잡힌다."로 바꾸어도 무방하다. 아름답고 독특하고 애조띤 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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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5-29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흐르는 강물처럼을 두 번쯤 본 것 같습니다. 정말 멋진 영화죠. 빵 피트가 신인으로 나왔을 때 제2의 로버트 레드포드라고 난리도 아니었죠. 매디슨 카운트의 다리와 가히 비견될만하지 않을까 합니다.ㅋ

blanca 2016-05-29 12:38   좋아요 0 | URL
아, 저도 매번 티비에서 방영할 때마다 놓쳐서 너무 아쉬워요. 아, 그랬군요! 로버트 레드포드도 참 멋진 배우인데...메디슨카우티의 다리, 저 이 영화 너무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