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나면 꼭 역자의 후기를 읽는다. 번역 과정에 대한 이야기부터 원작 자체에 대한 소감까지. 숨어 있는 화자는 작품의 뒤안의 또 다른 등장인물 같다. 번역은 대단히 민감하고 미묘한 작업이다. 어떤 번역가의 직역이, 또 어떤 소설가의 의역이 때로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은 '번역'의 한계와 이상의 철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라는 것이 가능한 시점까지 여전히 논란이 된다는 것의 방증이다. 언어의 경계를 넘나드는 일은 때로 감정의 층위까지 넘나들어야 하는 일이라 단순하지 않다. 우리가 느끼는 것을 저들도 비슷한 결로 느낀다는 보장이 없고, 저들이 울고 웃는 것에 우리도 감응하리라는 법이 없다. 이 자체도 문제가 되지 않을 인간의 보편적 정서가 응축되는 지점도 분명 있지만, 그렇지 않은 가장자리에서 번역은 때로 방황한다.

 

 

 

 

저자 김남주는 주로 프랑스 문학을 번역해 왔다. 이 책은 그녀가 번역한 책들에 덧붙인 옮긴이의 말이 모인 것이다. 프랑소와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로부터 아멜리 노통브, 로맹 가리, 가즈오 이시구로 등 그녀는 평론가로서의 역할을 자처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녀가 세상에 내어 놓기 전에 독대한 작가들의 원작 자체에 대한 솔직한 감상도 들을 수 있다. 그러니 이 책은 번역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번역가의 성실한 독서의 여정에 대한 독자들의 초대로 보여진다. 문학을 사랑하고 책을 부지런히 읽으며 또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수시로 월경하는 이가 하는 작가와 그 작가의 작품, 삶에 대한 이야기는 끌리는 옷자락처럼 여운이오래 남는다. 군데 군데 인용되는 원작의 내용은 그 어느 홍보 문구보다 그 작품으로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을 동하게 한다. 그녀의 책에서 또다른 독서목록을 건져 올린다. 찾아 보니 절판된 것이 많아 아쉽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크아이즈 2013-07-04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블랑카님 저도 나의 프랑스식 서재 받았어요.
아직 안 읽었는데 읽고 페이퍼 남겨야 겠어요.
이참에 김남주의 번역 문체에 대해 관심 좀 가지려구요.
제 취향이길 바라봅니다.^^*

blanca 2013-07-04 20:47   좋아요 0 | URL
저는 김남주 씨의 번역으로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를 읽었어요. 번역 자체에 관심을 기울이고 읽은 책이 아니라 번역가를 알고는 있었지만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색깔을 미처 몰랐다는 게 좀 아쉽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