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네 집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그 남자네 집 '  첫사랑을 떠올릴 때 우리는 흔히 그와 관련된 장소나 사물을 많이 연상하는 편이다. 아니 차라리 그것들로 인해 첫사랑을 회상하게 된다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일 듯하다. 죽은 사물이나 장소도 추억으로 인해 박동이 뛰고 향기로운 숨결을 내뿜게 되는 것이다.

 누구나 첫사랑이 있다는 대전제를 인정하게 되면 이 책은 충분히 읽을 만한 이유를 가지게 된다. 지나치게 미화되고 지나치게 환영이 덧쒸어진 첫사랑의 추억의 장막을 힘들이지 않고 걷어낼 수 있게 되는 것은 하나의 보너스이다. 또한 첫사랑이 아름답게 추억의 지평선 너머에 가라앉아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끔씩 그 지평선 위로 아름답지 못한 모습으로 불쑥불쑥 튀어나오기도 한다는 것에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될 터이다. 그럼에도 박완서의 소설은 아름답다. 너무나 많은 진실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이것은 설익은 문학청년의 치기대신 삶의 속살을 여지없이 만져본 노작가만의 노련함에서 나온 내공이 아닌가 한다. 그의 소설을 읽으면 인생을 또래보다 1.5배이상은 이해해 버린 듯한 착각아닌 착각에 빠지게 되므로...

 남의 이야기를 그것도 내밀한 속사정까지 듣는다는 것은 언제나 금단의 열매를 맛본 듯한 묘한 쾌감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을 펼치면 어느 한 여인네의 아름다운 추억대신 처절한 생활 속에 스러져간 첫사랑의 아픔과 또 그 아픔대신 얻게 된 평범한 결혼생활의 미학아닌 미학을 지루하지 않게 엿볼 수 있다. 더 나아가 그 여인네와의 이별의 장소에서 이유없이 떨어지는 눈물 방울이 마지막 장을 축축하게 만들어 버릴 공산이 크다. 그리고 이렇게라도 감동의 마무리를 해보려고 수선을 떨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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