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인간 관계의 위선이라는 것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인간 간에 모든 허위와 위선을 다 솎아내고도 남는 아름다운 부스러기들이 있기는 한 걸까?
친구, 우정, 연인, 사랑. 이게 정말 실재하는 것들일까?
아니 다만 살아나가기 위해 견디기 위해 그냥 모래 위에 쌓아놓은 하나의 허상의 탑이 아닐까, 하는. 

아름다운 사람들, 영롱하고 빛나는 감정들에 둘러싸여 있다고 완전 착각하며 행복해하던 어리석은 시간들도 있었지만.
이제 삼십대 중반으로 와보니 그런 모든 것들이 자기 기만에 지나지 않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좀더 솔직한 관계가 추악하지만 담백하다면
좀더 위선적인 연극적인 관계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제는 덜 위선적이려고 한다.
이제 더이상 좋은 사람이라는 평판에 연연하지 않고
나만은 다른 사람들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착각의 삶의 유인을 던져버리려고 한다. 

인간은 다 고만고만한 존재다.
다만 더 솔직해지느냐(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흔히 싸가지가 없다고 폄하하지만), 더 위선적이냐의 차이뿐. 
 

우리는 친구들이 우리가 그들을 위해 마련해 준 논리적이고 관습적인 패턴에 따라 움직여주기를 바란다. (중략)

우리는 그런 것들을 속으로 미리 다 정해 놓고는 어떤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가 우리 생각을
얼마나 잘 따르고 있는지 확인하며 만족해 한다. 덜 만날수록 더 그렇게 된다. 우리가 정해 준 운명에서
빗나가는 경우 반윤리적이고 변칙적이라고까지 생각한다.
                                                                                         - 나보코프의 <롤리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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