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너는 나에게 많은 것들을 양보했었어.
단지 더 많이 가졌다는 이유로. 

이제 정말 우리 둘 같이 추리닝 바지 입고 쓰레바 끌면서
서문여고 앞에 인디언 떡볶이 먹으러 가는 일은 더이상 없겠지?
무언가를 같이 보고 항상 같이 듣고 같이 흥분하고 같이 미워하고
같이 울고 때로는 너무 미워 서로 악담을 퍼붓고 유치하게 욕하는 일기나 쓰고
그리고 또 그 일기를 서로 읽고 열받고. 

항상 나눠야 하는 게 싫어 외동딸을 꿈꾼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같이 항상 나눠야 했던 그 시절이 너무 그립구나.
이젠 각자의 공간에 각자의 가족을 만들고 각자의 꿈을 그리며 조금은 떨어져 걸어가겠구나.
이렇게 갑자기 다 늙어버린 기분. 
너와 만든 수많은 기억들이 갑자기 다 정지된 화면처럼 바스락거린다.
우리가 그래왔다는 것. 우리가 정말 그랬었다는 것. 다 꿈처럼 느껴져.
신랑보다 더 두꺼운 팔뚝을 요즘은 베일이 다 가려준다고 큰소리 쳐대던 너의 호기까지
말같잖은 논리를 그저 한살 많은 언니 얘기라고 호응해 주었던 너의 그 고개끄덕임도
오늘은 너무 그립구나. 

갱! 갱! 행복하자. 늙어 꼬부랑 할머니 되면 또 그렇게 손잡고 이쁜 츄리닝 입고
떡볶이 탐험을 떠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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