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가 좋을 때다. 
너는 좋겠다. 

이제 뒷바라지 안해도 되고 속시원하지 모, 안그래?
  

아니, 새벽에 출근시키고 그럴 때가 좋았다. 그 때가 좋았다.
자식 다 크고 나니 별거 없다.
  

연년생 동생은 긴 엄마와의 동거생활을 끝내고 이제 토요일이면 더이상 자신의 출근을 도와줄,
그 무거운 가방을 끌어줄 엄마가 없는, 대신 닭도리탕을 잘한다는 남편의 곁으로 가게 된다. 언제나 지겹다,를 남발했던
엄마의 자식수발은 그렇게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솔직히 엄마가 아주 속시원해할 줄 알았다. 아주 예전부터 쿨함으로 무장한 엄마는 시대를 잘못 만난 탓으로 당시는
그 쿨함이 자주 오해받았지만, 이제는 정말 그 쿨함으로 자식들을 다 출가, 또는 독립시키고 자기만을 챙겨도
충분히 이해받을 수 있는 그렇게나 바라던 상황으로 당도했건만. 슬퍼하고 있다. 너무나.
나는 예의 그 무뚝뚝함과 딸애의 채근으로 오랜 통화나 따뜻한 다독임을 건네주지 못하고 쫓기듯 그녀의 투정을
강제로 끝내버렸지만. 왠지 가슴이 시리다.
위로를 받고 싶었던 게다. 엄마는. 가족이라는 관계는 왜 당연한 상식이나 당연한 예의를 풀어 놓는 것이 괜히 멋쩍고
귀찮아지는 것인지. 그래서 나중에는 꼭 후회라는 것을 하고 말게 하는지. 

그럴 때마다 그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가 생각났다. 자신의 떨리는 품에 안겨 있던 연약한, 생존을 위해 아버지를 필요로 하던,부모밖에 모르던 존재였다. 하지만 결국 부모는 아이들에게 있으나 마나한 존재가 되었고, 때로는 관계가 끊어질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루마도 결국 그런 식으로 자식들을 잃어갈 터였다. <중략> 아이들은 점점 남처럼 멀어지고
제 엄마를 피할 것이다. <중략> 가족을 이루는 일 자체, 이 땅에 아이들을 낳는다는 자체가 때로 만족감을 주는 만큼
애초부터 어딘가 잘못된 일이다
.  -줌파 라히리의 '길들지 않은 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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