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의 그 쨍한 각성효과가 좋아, 쓰린 속을 달래가며
두 잔의 커피를 마시면, 그 후는 더부룩해지면서 우울해진다.
업되려고 마신 커피가 나를 끌어내리는 오후.
나는 왜 우울한 것인가를 고민해 보니, 대체로가 아닌, 지금 이 순간 우울의 이유는.
책장에 꽂혀 있는 두서없이 섞여 허우적대는 후회되는 책 목록과 함께,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이 아닌, 내가 돌아갈 곳이 있다면,
덜 쓸쓸할 텐데, 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니까. 돌아갈 곳이 없는 것이 자못 슬픈 것이다.
살면서 재수시절 응큼하게 생긴 국어강사의 권유로 읽게 된
윌 듀란트의 '철학이야기'에서(이거 읽으면 논술 잘 쓸 수 있다길래),
건진 단 하나의 문장. 볼테르의 그것.
삶은 고통과 권태 사이를 오가는 추이다, 라는 얘기
그건 왜 순간 순간 고개를 내미는지.
껄쩍지근한 일이 새벽에 등골을 스칠 때의 그 소름이 싫어 회사 뒷담화에 집중했던 시절에는
주로 신경질이,
팀장님이 솥뚜껑 운전이라 명명해 주신 작금의 상황에서는,
극도의 단조로움이 권태를 끌고 온다.
행복하다면 약간 농치는 거고
불행하다고 한다면 과장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