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렸을 때부터 문방사우에 집착했다.
지금도 팬시점에 풀어 놓으면 하루 종일도 놀 수 있다.
내 생각에 이것도 일종의 자존감 부족에서 비롯되었을 공산이 크다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내가 가져야 할 것, 가지고 싶은 것에 훨씬 더 비중을 많이 두는 습성.
각설하고 요즘에는 로디아에 꽂혔다. 그렇다고 로디아에 관련된 것이 있냐 하면, 단 하나도 없다.-..-
그저 매일 검색과 후기 정독으로 그 세계에서 놀다 로디아 메모지 쓰니까 좋냐고 한마디 물었더니
모든 사물에 대체로 무관심한 옆지기가 또 질러댈까 두려워 그랬는지 "하나도 안좋다."고 하도 강조하는 통에
참고 있다.
내 책상은 십곱하기십에서 충동적으로 공수한 실패한 품목들이 처절하게 누워있다. 왜 내가 화이트 보드가 필요한가? 그것도
탁상식으로 세워진다고 혹해서 구입했더니 지금은 불량한 자세로 아예 수시로 드러누워주신다. 왜 내가 그 많은 마스킹 테이프가 필요하겠는가? 딸내미님이 친히 다 방바닥에 붙이고 다녀 주신다. 몰스킨을 쓰면 내가 헤밍웨이의 문장을 조금은 빌려올 수도 있을 성싶고 로디아를 쓰면 그 모랄까, 사각거린다고 하니 그 소리에 갑자기 명필이 될 성도 싶고, 완전 착각 및 망상에서 비롯된 허무한 구매욕이지만 그래도, 나는 로디아 메모지에 로디아 연필로 장 갈 품목을 메모하고 싶다는 것.
족욕을 시키면 잠을 잘 잔다기에 족욕을 시켜주었더니 열심히 물장구를 치고 오히려 더 자주 깨주시는 공주님처럼 나를 헛된 기대로 채우지 말 것.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