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사서 읽어요? 책을?" 

옆자리의 일잘하고 키가 크던 대리는 나를 경악스러운 눈빛으로 보고 몇 번이나 되물었었다. 알라딘의 택배 사원이 부지런하게 왔다 간 자리는 일순간 어색했던 기억이. 그는 책은 사서 읽기에 너무 아까운 것이라도 되는 마냥 나를 이상하다는 눈으로 쳐다봤었지. 

"그만 좀 사라. 그만 좀." 

아부지는 이제 책을 둘 곳도 없다며 내가 시집가고 얼마 뒤 나의 책을 상당량 처분했다는 소식을 동생편에 알려왔었다. 

"다 팔고 기부하고 그렇게 갈거야. 걱정마." 

서울로 이사 올 때 결혼하고 2년 동안 사모은 책이 또 두 개의 책장을 차지하자 괜히 미안해서 이사오기 전 거의 다 기부하고는 근처 도서관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무섭게 빌리고 읽고. 그러다 보니 책값이 굳었다. 빌려 읽다 보니 또 그것도 재미없으면 안읽어도 부책감도 안들고 나름대로 책을 왜 사서 읽냐고 반문했던 그 대리의 심정에 공감이 일부 갔으나.... 그러나.... 

결론은 남는 것이 없었다. 갑자기 읽었던 책이 너무 보고파서 찾으면 빌려 읽었다는 사실에 절망했고, 빌려 읽다 보니 괜히 리뷰도 쓰기 귀찮고, 목록마저 메모해 두기 귀찮으니 박완서 샘의 책을 거의 다 읽은 것 같은데 무엇을 읽었는지, 아니 내가 과연 읽긴 읽은 것인지 도통 기억을 할 수 없었다.  

책은 그래서...한달에 오만원 내외의 예산을 정해두고 보관해서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로만 책장을 채우고, 소설은 되도록 중고샵을 이용하는 것으로 원칙을 정했으나....매달 십만원이 또 넘어가기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은 또 채근하기 시작한다. 엄청나다, 엄청나. 둘곳이 없다. 빌려가서 가져오지 않기 시작한다. 마치 그것이 애물단지라 치워주고 싶은가 보다. 택배 사원은 아예 인사를 한다. 빈 코너에 책은 탑으로 승화되고 있다. 

그래도 나는 꿋꿋히 책을 사는 것이 당당해지는 그 날을 꿈꾸면서. 그네들에게 안락하고 폼나는 집을 지어주는 날을 고대하며 오늘도 책을 산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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