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보면 좋은데 내가 쓴 글을 읽다 보면 더없이 우울해진다.  

수많은 비문들, 잘못된 맞춤법, 논리의 비약(우격다짐), 어디서 생으로 들고 온 멋내기용 문장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대체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도달하고 싶은 지점이 무엇인지.  

점점 더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고 있는 이 답답한 느낌들. 

체호프의 단편들을 읽다 보니 내가 끄적인 모든 글들이 역겹기까지 하다.  

전공을 한 번 바꾸고 또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직종에서 5년을 헤매고, 이제는 그것마저 때려치고 

앞으로 적어도 50년을 대체 무엇으로 일한다는 느낌을 가지고 살아갈지.  그저 벽이 턱하니 걸어 들어온 이 느낌. 

독서만 해도 그렇다. 활자를 읽고 있는 것이지, 잡식성으로 읽어댄 수많은 책들이 대체 내 몸 속 어디에서 흐르고 있는지 

알길이 없다.  눈만 피로해져 가고 지갑만 가벼워져 가는 것이 아닌지. 

한 숨 푹 자고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다. 아기 말고 중학교 1학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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