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 보급판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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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에는 은하가 대락 1,000억개 있고 각각의 은하에는 저마다 평균 1,000억개의 별이 있다. 우리 은하수 은하에는 약 4,000억개의 별이 있다. 태양은 단지 그 별중의 하나이고, 이 우리 은하계도 수많은 은하단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행성이 별의 형성과정에 동반되는 현상이며, 이러한 행성중 하나인  지구의 나이는 45억년, 빛은 1년이면 10킬로미터를 가는데 이것이 1광년이다. 질식할 것 같다. 이 책은 이런 수많은 거대한 숫자들의 향연으로 인생을 찰나로 만들어 버린다. 나는 철저한 문과생이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집어들게 된 것은 다분히 소설가 김연수 덕택이고, 더불어 멋을 내보고자 하는 공명심도 함께였다.

이 책 정말 두껍다. 가독력. 이과생은 모르겠으나, 문과생에게는 정말 힘겹게 하는 독서가 어떤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고등학교 때 물리와 화학을 포기했던 사람들이라면,(나는 대부분의 문과생이 이해를 단념하고 무조건 외워 시험을 봤다고 주장하고 싶지만) 30%는 이해하기를 단념해야 한다.  그래도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을 20대에, 지적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이라면, 10대에 꼭 읽어야 한다고 감히 주장하고 싶다. 역사,철학,생물학,물리학,화학,수학,사회학, 더 나아가 미래학까지를 아우르는 이러한 방대한 지식의 체계를 단 한권의 책으로 낼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이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의 축복이다. 또한 작금의 현실이 너무 고통스러워 괴로운 사람들 당장 이 책을 집어들라. 자신의 고민과 삶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하찮고 허무한 것인지, 조금은 어려운 독서로 진실로 깨달을 수 있을 테니.

원래 초반이 지겹고 뒤로 갈수록 재미있어지는 것이 책이라는 것의 일반적 모양새라면, 이 책은 초반이 재미있고, 중반이 조금 고통스럽다 후반이 아쉬운 모습이다. 수많은 물리공식들이 마구 뿜어져 나오는 특히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설명되는 부분은 정말 머리를 쥐어뜯고 싶었다. 누구는 이론을 만드는데, 누구는 만들어진 이론을 설명까지 해주는데도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다는 비극적인 현실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흥미있었던 부분은 금성과 화성의 얘기. 금성이 차갑고 화성이 뜨거운줄 알았더니 반대였다는 것. 그리고 둘다 생존환경으로는 불가할 정도로 척박한 환경이라는 것.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제목은 알고 붙인 제목이었다는 것, 남자가 차갑고 여자가 뜨겁다.? 

물리학자 푸리에의 집에 방문한 소년 샹폴리옹의 이집트 상형문자 해독 대목도 참 재미있었다. 상형문자를 오랫동안 해독하지 못했던 것이 표음문자와 상형분자의 혼용부분을 제대로 분석해 내지 못한 것으로 그는 로제타석의 '프톨레마이오스'라는 글자와 오벨리스크에 쓰인 '클레오파트라'를 로마자로 써서 비교함으로써 이집트 상형문자의 첫번째 해독자로 등극한다. 이 해독절차에 대한 설명은 굉장히 쉽고 나도 이 둘을 비교할 수 있는 정도의 상황만 됐으면 가능했겠다는 염치없는 망상마저 품게 한다.

영국의 기상학자 리처드슨이 전쟁과 날씨가 모두 모종의 규칙성을 가지고 있고, 전쟁은 일기의 변화와 마찬가리로 이해와 통제가 가능한 하나의 자연 체계 격렬한 분노는 진화 과정에서 만들어져 아직 우리 머리 깊숙한 곳에 남아 있는 파충류의 뇌, 뇌의 R영역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설명도 인상깊다. 칼은 인류의 핵전쟁 발발로 인한 공멸의 위기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며, 이러한 전쟁 준비와 수행에 투자되는 자본이 우주탐사에 쓰이기를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 그의 인류에 대한 깊은 애정과 전지구적 애정은 제러미 러프킨의 <<유러피안 드림>>과 닮아 있다. 탈가치적으로 수단화되고 있는 과학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따사한 인간애, 인문학적 소양 등은 그가 극렬한 무신론자이고 때로는 자가당착의 오류에 빠지는 모습을 보일지라도 충분히 훌륭하고 경탄할 만한 것이다.

이 책을 낭만적인 엶은 가스 성운으로 휘감는 대목은 유일하지는 않지만,  2000년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대한 그의 지고지순한 애정이다. 고대의 최고 지성들이 수학,물리학,생물학,천문학,문학,지리학,의학을 체계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여기에서 구축할 수 있었다는데 오늘날의 학문도 당시에 이루어진 연구에 아직 바탕으로 두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도서관이 파괴되고 서구문화는 1,000년의 암흑기로 빠지게 됨을 그는 몹시 안타까워한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자료들이 전부 소실됨으로써 낭비해야 했던 수많은 시간들은 단순히 1~2년이 아니라 자그마치 2.000년인 부분도 있다니 놀랍지 않은가. 

한 번 읽고 이 책을 한 60% 정도 밖에 이해하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연필과 메모장을 준비하지 않고 그저 드러누워 쉽게 읽으려 했던 자세도 반성한다. 중반 넘어가서야 북마크를 군데군데 끼워 두며 진지해지려 노력했지만, 역시나 역부족이었다. 그의 방대한 지식의 양과 그의 인류애적 성찰을 헤아리기에 나의 소견과 자세는 너무나 좁고 초라했다. 적어도 3~4번은 고민하며 읽어야 할 책인 것 같다. 이런 과학책을 읽고 일상에서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었다는 거짓말 같은 진짜 고백으로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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