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월 공주님은 밤에도 공사가 다망하여 꾸준히 절규하며 자신의 존재를 토해낸다.
그 절규는 엄마인 나의 신경도 긁는 것으로, 육아에 있어 가장 난제는 거의 몇 년을 토막잠을 자며 버텨야 한다는 것이다.
다 참을 수 있었다. 그러나 잠들 만하면 그 통로를 지키고 서서 나를 괴롭히는 그녀의 습관은 나를 충분히 지치게 한다.
그래서 며칠 전에 결심했다. 아예 통잠을 잘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말자는 것. 기대도 없으면 차라리 받아들이기 좀 낫지
않을까 싶어...
그런데 어젯밤 공주님은 통잠을 주무셨다.
그 러 나 나는 더 못잤다. 이런 기념비적인 밤 하필 세상은 나를 긁었다.
새벽에 가열차게 울리는 화재경보!
" 빨리 대피하십시오! 비상구를 통해~ 삐이익, 삐이익!"
바깥을 내다보니 아파트들 불이 하나씩 다 켜진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계속 고민하는데 경보가 꺼진다.
나는 완전히 깼다.
그리고 강풀의 "아파트"가 갑자기 생각나 등골이 오싹해진다.
불이 켜지는 아파트...불이 꺼지는 아파트...
바깥은 내다보니 아까 불켜진 아파트들 불이 다 꺼졌다.
그리고 나의 잠도 완전히 깼다.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가 더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