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중고책 도착하여 꺼내는 순간 시큼한 식초냄새와 찍찍 붙는 표지에 경악하다...
먼젓번 중고책은 아주 접은 자국이 군데군데라서 가슴 쓰렸고... 읽고 싶은 모든 책, 특히나 소설을 새 책으로 구입하는 것은 무리이기에 적당히 절충하여 사는 중고책들이 연타로 불쾌감을 유발하였다. 책이라는 것이 돌려 읽는 것이 맞는 것인지(도서관의 존재 의의), 아니면 사서 나만 부둥켜 안고 읽는 것이 책에게 친절한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몇 달 전 김영하의 '빛의 제국'이 하도 좋다길래 예약 신청까지 하여 몇 주를 기다려 도서관에 가지러 갔다 뒷목 잡고 쓰러질 일이 있었다. 책이 촘촘히 분책 그것도 아주 도입부는 친절하게 바깥으로 나와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독서가 아니라 페이지 정리하여 손질하다 보면 며칠 갈 공산이 클 정도로 경악스러운 풍경이었다. 너무 기가 막혀서 사서에게 " 이 책좀 보세요..''라고 했음에도 시큰둥... 껄쩍찌근함에도 애업고 간 고생이 애통해 집에 들고 왔으나 전혀 읽고자 하는 욕구가 안생겨 책상 위에 두었다 반납하면서 다시금 " 이 책 어떻게 좀 해야 할 것 같은데요."라고 지적하며 반납하였는데 결말은 모른다.
사실은 새 책이 갖고 싶은 거다. 모조리... 그 표지의 청명함, 아무도 손대지 않은 그 깔깔한 책넘김... 그것이 그립다고 거품물고 항변하는 것이다. 가벼운 주머니 사정과의 타협점을 찾으러 떠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