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마음 - 정약용 산문 선집 돌베개 우리고전 100선 11
정약용 지음, 박혜숙 엮어옮김 / 돌베개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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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을 통해 다산에게 접근해 가기 시작했다. 한비야가 워낙 좋아하고 존경하는 대상으로 칭했고, 그 시대적 드라마틱함이 더해 묘한 후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를 알면 알수록 더 빠져들게 된다. 감히 '이렇게 사는 것이 사람다운 삶이다.'라고 단정지어 버리고 싶다. 첫째는 최악의 상황을 최상의 창작 과정으로 승화시킨 것, 둘째는 나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민중의 삶을 함께 아파한 것, 셋째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저작활동을 하여 죽은 후에 더 진한 향기를 남긴 것. 누군가의 삶에 향기가 난다면 그 누구는 반드시 다산이어야 한다. 

기대이상의 책이었다. 번역도 너무 유려하고 글들도 한 편 한편이 다 구슬 같아 정말 실에 꿰어 허리춤에 차고 다니고 싶다. 이런 류는 역사전공자가 아닌 국문전공자의 역량이 십분 발휘되는 곳일 수밖에...인생에 대한 진한 성찰과 자식을 어려서 잃은 아픔을 절절하게 표현한 글들, 백성의 아픔을 그들이 파리가 되어 돌아온 것으로 상징화하여 표현한 글들 어디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인생의 괴로움과 즐거움이 직물의 날실과 씨실처럼 교차하여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 듯 그것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을 반대로 하라는 대목, 가진 것의 덧없음을 설파한 부분...특히나 다산이 땅문서의 내력을 살펴 보니 백년 동안 소유주가 바뀐 것이 대여섯 번에 이른다는 얘기들은 오늘날에 들어도 그 공명이 크다. '이 것'을 누리지 못하고 '저 것'만을 탐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에 대한 꾸짖음은 마치 나를 향한 것 같다.  

한편 밤마다 국화 그림자를 보려 벽을 치우고 등촉을 키며 육촌까지 구경꾼으로 동원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절로 미소가 베어나온다. 나도 초대받고 싶은 마음...자격이 될런지... 그가 바라는 삶은 작은 배 한 척에 늙은 아내와 어린 아들을 싣고 유랑하는 삶이라니 참으로 담박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그의 이런 바램은 너무 큰 것일런지도...그는 6남 3녀를 낳았는데, 살아남은 아이가 2남 1녀이고 , 죽은 아이가 4남 2녀라는 처절한 고백을 한다. 그것도 한창 예쁜 애교를 보여줄 두세돌 전후로...그 아픔이 얼마나 큰지 폐부를 찌르고 간을 도려내는 듯 아프다고 묘사한다. 비슷한 또래의 딸이 떠올라 그의 아픔이 내 가슴으로 파고든다.  

   
  내 글이 전해지지 않으면, 후세 사람들은 단지 나를 탄핵한 글과 재판 기록만 보고 나를 판단할 것이다  
   
 
아들에게 한 이 성토가 현재의 다산의 방대한 저작과 그에 대한 칭송에 울리는 진동이 크다. 다산에 대한 평가가 그에 대한 재판 기록과 탄핵 기록이 아닌, 그가 남긴 저작을 근거로 이루어지고, 또한 그것이 그의 우려와는 달리 그에 대한 후한 찬탄이라는 것을 그가 지금이라도 알 수 있다면, 그의 짧지 않은 삶에 있어 너무 길었던 유배 생활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에 호탕하게 행복하게 웃을 수 있을까? 그가 정말 너무 좋다. 그리고 삶의 교본으로 삼고 싶다. 나도 이제는 존경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자랑하고 다니려고 한다. 그리고 이 책 강추한다! 판형도 사랑스럽고 그 내용은 더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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