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펑펑 울어 버렸다.... 픽션이 나를 오열하게 했다. 살아서 이런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아니 살아서 이런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 너무 슬프다. 

헤라트에서 부유한 아버지의 적법하지 못한 딸로 태어난 마리암. 그러나 아버지 잘릴과 그녀의 관계는 슬프지만 너무 아름답다. 아버지를 기다리는 딸...그리고 사회적 편견 안에서 어쩔 수 없이 딸과의 슬픈 경계를 두면서 조금은 비겁하게 자신의 사랑을 배고프게 표현하는 아버지...잘릴은 유약하게 자신의 법적인 아내들과 더불어 마리암을 늙은 라시드에게 시집보내버린다. 

그리고 그녀의 후처로 들어오게 된 라일라..처음에 둘은 적대적 관계를 형성하지만 결국 라시드를 향항 공동 투쟁 전선을 형성하고^^, 마치 모녀 관계처럼 발전해 가게 된다. 여러 번의 유산으로 자식을 갖지 못한 마리암은 라일라가 사랑하는 타리크에게서 얻게 된 딸 아지자를 통해 모성애의 발현을 경험하게 된다.  더이상의 스토리 발설은 엄연한 스포일러이기에 이만...

아프가니스탄의 정치적 상황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계속 등장하는 여러 명의 탈레반과 빈번하게 바뀌는 정권 주체들로 약간 멀미가 날 뻔 했다. 너무 모르니 이건 장님이 길 더듬듯 배경 속을 헤쳐 나가야 하는 한계...그러나 그럼에도 줄거리 따라가는 것에 무리는 없었고, 개인의 삶이 어떻게 외부적 상황에 의하여 파괴될 수 있는 지에 대하여 충분히 통감할 수 있었다. 사실 이것은 종교적 틀에 의하여 해석된다기 보다는 정권주체가 어떻게 종교를 악의적으로 도구화하는 지에 달려 있을 수밖에 없는 문제이다. 따라서 이슬람교 자체가 악의적으로 해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인 것 같다. 사실 그 원리 그 자체로 들어가다 보면 종교라는 것이 결국 '사랑'일진대...심판과 판단의 주체에 인간을 올려 놓다 보면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 마련인 듯 하다. 여하튼 때로 아랍의 여자로 태어나지 않은 것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나의 태도가 지극히 이기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임을 두 여인이 항변해 주는 듯하다. 

그녀들도 사랑을 하고...자식을 낳고....행복한 가정을 꾸리기도 하고....물론 그 기반이 유리처럼 약할지라도...때로는 행복한 순간에 가슴으로부터 웃기도 하는 똑같은 여인네인 것을... 그 행복이 비록 쉬운 것이 아닐지라도...

정확한 스포일러 지점이지만 미리암이 처형되는 장면에서 나는 가슴 깊이 울음을 토해내고 말았다.  

'아름다운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마리암은 대부분의 삶이 자신에게 친절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라는 대목...그녀의 삶을 이렇게나 잘 묘사할 수가 있을까? 과장하지도 줄이지도 않은 현실을 그대로 문장화할 수 있다는 데에 작가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친절하지 않은 삶' 나도 때로는 이런 감정을 인생에 대하여 느끼지만 '대부분'이라는 대목, '아름다운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라'는 대목...그리고 사후에 라일라가 읽게 되는 잘릴의 편지...딸이 오래오래 아들딸 많이 낳고 신의 축복 속에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실제로는 자식도 가지지 못하고 살인자가 되어 처형당하고 마는 딸의 슬픈 말로를 그가 목도하지 않게 된 것이 슬픈 다행임을... 

천 개의 태양의 눈부신 광채는 라일라 마음 속의 마리암이다. 아버지 잘릴이 손을 흔들며 나타나는 그 순간을 그렇게 고파하며 기다렸던 마리암의 적법해지 못했던 출발은 라일라 속에서 너무나 적법하게 너무나 아름답게 너무나 처연하게 마침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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