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역을 중심으로 그곳의 사람들 이야기를 다룬 연작 소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 사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올리브 키터리지>다.
















여교사 올리브 키터리지는 여기에서 하나의 매개체이자 구심점 역할을 한다. 그녀는 전형적인 인물이 아니다. 퉁명스럽고 직설적이고 소위 오지랖이 넓다. 그리고 이 점이 바로 타인과의 소통의 시발점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냉담하고 타인에 관심이 없는 자기 중심적 인물이었다면 다른 사람들과 엮일 일이 사실 별로 없을 것이다. 올리브의 성격은 마을 주민들의 삶에 싫든 좋든 끼어들기 좋은 설정이다. 작가가 그녀를 동원한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독자들은 그녀에게 쉽게 감화된다. 다른 이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은 번거롭고 흥미로운 일이다. 그렇다면 이런 인물은 어떨까.


평범하고 젊은 기자다. 특이한 사항이라고는 어머니를 일찍 잃었고 아버지와는 사이가 좋지 않아 겉돈다.
















올리브의 역할을 하는 소년 조지 윌러드는 가상의 마을 와인즈버그 사람들의 외부적 관찰자이자 내부적 청자의 역할을 한다. 그가 직접 중심 인물이 되어 움직이는 이야기도 물론 있지만 대체로 그는 작가 셔우드 앤더슨의 페르소나 역할에 충실하다. 보고 듣고 느끼고 기록한다. 


조지 윌러드는 마을에 소속되어 있고 마을의 전형적인 인간형이었으며, 그 자체로 마을의 정신을 현현한다고 느껴졌다. 

-<와인즈버그, 오하이오> 셔우드 앤더슨


그가 올리브와 다른 점은 이야기를 통해 성숙하고 성장한다는 것이다. 이미 중년을 넘긴 올리브와는 다른 성장 단계에서 그를 통과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는 소년의 극적인 성장과 개안을 이룩한다. 그것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어떤 그로테스크함을 발견한다. 삶을 알고 어른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이 세상에 절대적인 단일한 진실은 없다는 점, 개개의 삶마다 다른 진실이 엄연히 존재하고 그것이 때로 사람을 망친다는 점을 직시하는 것이다. 셔우드 앤더슨이 이야기하는 성장은 이런 점에서 슬프다. 


그리고 자신의 시간이 무로부터 생겨나 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 이미 주어진 삶을 다 살고 무로 돌아간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행진하듯 그의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성숙의 슬픔이 소년을 찾아온 것이다.

-<와인즈버그 오하이오> 셔우도 앤더슨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들을 이해한다는 것의 초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것에서 자신의 개별성과 유일함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자기자신도 그들의 무리 중 일원임을 깨닫는 것, 거기에서부터 성장은 이루어진다. 지상에서 유일무이한 절대적 존재로 스스로를 실감했던 그 찰나 같은 시간들은 엄연히 박살나기 위해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씁쓸한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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