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으로 죽음을 앞둔 은사와 삶, 죽음, 문화, 노화, 회한 등 우리가 살며 언제나 당면한 문제들을 처리하느라 후순위로 미뤄놓고 미처 답하지 못하였던 근본적인 질문들에 대해 함께 성찰하고 해답을 찾아 나가는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은 한번 읽고 끝날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이자 제자였던 미치 앨봄과 비슷한 연령대에 읽었을 때에는 솔직히 지나치게 원론적인 이야기의 반복이 아닌가 싶었으니까. 그로부터 십 년 정도가 흐른 뒤에 다시 원서로 접하니 감상이 완전 달라졌다. 


















이번에 읽엇을 때에는 미치가 실제 모리 교수와 대학 시절 나누었던 교감을 추억한 장들의 여운이 길었다. 서로를 코치와 선수라고 친근하게 호명하며 함께 논문을 쓰고 청춘의 고민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조언해 주는 따뜻한 교수의 모습은 미치 앨봄이 이런 스승을 가진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 이유를 충분히 짐작케 했다. 이 시간 이후 십수 년이 지나 돌아온 탕자처럼 이제는 노쇠해진 노교수 옆자리에 서 있는 중년의 제자가 스승에게 바치는 사랑과 존경은 무에서 갑작스럽게 태어난 것이 아니었다. 처음에 읽었을 때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모리의 의연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도 감동적이었지만 그 둘이 나눈 추억의 한 장이 유독 찬란하게 빛났다. 결국 사랑이 모든 것을 이긴다,는 노교수의 아포리즘은 그의 영정 앞에 이 책을 바친 제자와 몸소 경험한 것이라 공허하게 들리지 않는다. "오늘이 마치 그날인 것처럼" 우리가 언제나 우리의 마지막을 의식하며 삶을 산다면 그 삶은 더욱 충만하고 절절한 것으로 공명할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무엇보다 타인과의 깊은 유대와 사랑이 있다. 
















제목이 언뜻 진부하게 들리지만 심리학자 켈리 맥고니걸의 책들은 언제나 제목보다 몇 배는 강력하고 심오한 메시지를 명쾌하게 전해준다. 우리가 일상에서 혹은 삶의 상실을 겪으며 필연적으로 통과하게 되는 스트레스 상황이 이후에 우리의 심신에 미치는 영향이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는 메시지가 여러 과학적 논거에 의해 제시된다. 긴장감, 심장 박동의 증가 같은 사전 스트레스 반응이 오히려 주어지는 과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준비 태세가 되고 엄청난 트라우마를 남긴 각종 재난 후에 오히려 삶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조망하는 데에 변곡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기억할 만하다. 스트레스를 거의 경험하지 않는 사람의 삶은 행복감과 충만감을 느낄 확률도 그만큼 낮다고 한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온갖 부담스럽고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일들이 결론적으로는 우리의 삶 그 자체를 사는 행위 자체를 더욱 더 유의미한 것으로 확장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고립되기보다는 타인들과 더욱 연결되고 그들의 도움과 지지를 기꺼이 받으려는 자세와 역으로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내가 가진 것을 나누려는 봉사의 자세가 병행되어야 더욱 효과적으로 스트레스 상황을 이겨나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상황이 힘들고 암울할수록 오히려 더 스스로를 고립시키지 말고 개방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연결되어야 한다.  "스트레스를 통해 어떻게 성장하고 싶은가?"라는 저자의 질문에 대한 여러 실용적인 해법이 예시와 더불어 설득력 있게 제시되어 있어 추천한다. 


어떤 때에는 가장 진부해 보이는 것이 가장 명쾌한 답이 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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