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의 유행 이후 대중에게 친숙해진 용어가 있다. '역학 조사'다.네이버 표준국어대사전을 참조하면 "전염병의 발생 원인과 역학적 특성을 밝히는 일"이라고 되어 있다. 대규모로 유행하는 전염병의 효율적인 방역 대책을 수립하자면 필수적인 과정이다. 전염 경로 조사와 확진자의 동선을 밝히는 일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러한 역학 조사는 최근에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1854년 역학 조사라는 개념조차 없었을 때 런던의 소호 거리의 마취 전문의 존 스노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갑자기 거리를 덮친 콜레라의 발병 원인을 찾다 저도 모르게 역사적인 역학 조사자로서의 첫 발걸음을 내딛게 된다. 존 스노의 동선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적 사실을 구성하는 의미 있는 자취가 된다. 
















"자네하고 나는 그런 날을 보기 전에 죽겠지. 그런 날이 와도 내 이름은 완전히 잊혀질 걸세. 하지만 대규모 콜레라 발생이 까마득한 과거의 일로만 여겨지는 그런 날은 반드시 올 거라네. 그리고 질병의 전파 방식을 파악하는 것이 바로 질병 박멸의 수단이 될 것이네."

-스티븐 존슨 <감염 도시>


자신이 죽고 난 후를 비장하게 예언한 존 스노의 말은 절반만 맞았다. 후손들은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심지어 근처 펍은 그의 이름을 따라 영업 중이고 많은 사회학자들과 과학자들이 그를 연구하고 그를 여전히 인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의 역학 조사가 대규모 전염병 전파의 방역에 가지는 의미에 관한 조언만은 진실이었다. 놀랍게도 존 스노의 역학 조사의 동지는 근처 교회 부목사 화이트헤드였다. 의사와 목사는 처음에는 콜레라 발병 원인을 둘러싼 수원지에 대한 의견이 달라 반목했지만 금세 실질적 정보 앞에서 의기투합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의지한다. 당시 콜레라의 발병 원인은 런던의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오염되고 더러운 공기로 인한 발병이라는 '독기이론'이 주류였다. 이것에 대항한 두 열정적인 아마추어의 활약은 놀라운 것이었다. 과학적 진실과 발로 뛰는 역학 조사로 수인성 전염이라는 결론을 얻는 과정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수집,분석, 발표하는 과정이 마치 소설처럼 드라마틱하면서 감동적이다. 더 나아가 최초 발병자의 배설물이 흘러들어가 오염된 것으로 보이는 브로드 가의 우물 펌프 손잡이를 제거하는 장면은 더없이 극적이다. 콜레라는 존 스노라는 통섭이란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준 의사와 완고하고 독선적인 종교인의 자세 대신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개방성과 겸손함을 지닌 한 젊은 목사의 보조로 마침내 종식의 길을 걷게 되어 다시금 그 박테리아가 돌아왔을 때에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의 머리말에 언급된 박테리아, 도시, 스노, 화이드헤드라는 네 주인공들이 만들어 낸 감염지도는 이렇게 탄생하게 되었다.


저자 스티븐 존슨은 19세기의 이러한 역사적인 현장에서 21세기의 오늘날을 조심스레 예언한다. 도시화가 생존 전략으로 자리잡은 현상황에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가장 위험한 요소로 전염병과 핵폭발을 언급한다. 전염병 부분에서 그는 지극히 낙관적이라 통제 가능할 것이라 봤다. 이성의 힘에 대한 신뢰는 그가 이 <감염 도시>를 쓰게 한 지점이자 취지이다. 역사의 시계를 돌리면 생존해 있는 우리의 시점에서 대부분이 긍정적인 힘을 발휘한 셈이 된다. 여기까지 와서 이곳에서 살아남은 우리를 후손으로 하는 선조들의 행동은 결국 우리가 여기에서 영위하는 삶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라는 해석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지금의 현실을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우리의 힘든 현재는 다시금 후손들의 긍정적인 오늘을 위한 과거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다시 한번 존 스노와 헨리 화이트헤드를 기다리는 골든스퀘어 주민들의 심정이 된다. 지금 우리가 통과하는 신종 코로나 또한 종식되어 역사의 장에 남게 되기를, 그리고 이러한 전염병이 훑고 지나간 자리에 적어도 유의미한 가르침과 교훈과 진보가 함께 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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