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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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이 번역 출간되기 이전 이미 몇몇 기사에서는 40년 전 이미 신종 코로나를 예견한 추리 소설이라는 얘기로 화제몰이를 하고 있었다. 물론 정확히 일치하거나 노스트라다무스적 예언은 아니라는 갑론을박도 함께였다. 딘 쿤츠는 비교적 우리나라에서는 지명도가 낮지만 전세계적으로 5억부 이상을 판매한 엄청난 베스트셀러 작가로 스티븐 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작가라는데 나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었다. 원서는 절판되었고 번역본도 없어 포기하고 있었는데 금세 번역되어 출간된다는 소식에 반가웠다. 


이 작품은 전직 무용수이자 라스베가스의 화려한 쇼의 제작자인 티나라는 젊은 여성이 아들 대니를 잃고 그 상실을 딛고 자신의 삶을 다시 재건하고자 하는 처절한 노력의 도정에서 출발한다. 서스펜스 작가는 자신의 플롯을 밀고 나가려는 성급한 욕망으로 아이를 잃은 엄마의 마음을 단순화하려 하지 않는다. 성공한 제작자로서의 커리어에 매진하려는 아내를 못마땅해하는 남편의 저열한 마음의 묘사도 사실적이다. 티나는 남편을 잃고 다음으로 아들을 잃는다. 떠나간 아들은 그녀를 떠나지 못하고 맴돌듯 신비롭고 공포스러운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낸다. 그녀는 마침내 변호사인 연인 마이클과 함께 그 메시지의 성격과 내용을 이해하게 된다. 


여기에 상정된 악은 놀랍게도 국가다. 냉전시대의 종식에도 강대국들은 생화학 무기개발 경쟁에 물러나지 않으려 각축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우한의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미국으로 가지고 들어온 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가 등판한다. 그리고 이 바이러스가 실수로 유출되는 과정에 티나의 아들이 보이스카우트 단원으로 참가한 캠프의 사고가 연결된다. 국가의 거대하고 은밀한 프로젝트에 개인의 삶은 소모품일 뿐이었다. 아이들은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이것은 더 큰 비극으로 연결된다. 소설 속 이야기는 극적이지만 지금의 현실에서 일어는 일어나는 일들에 마치 하나의 평행우주를 예견한 것같다. 아이를 다시 품에 안은 어머니의 눈빛과 만나는 아이의 눈빛은 그 전의 해맑고 순진한 빛을 잃었다. 삶의 어두운 이면을 보아버린 아이는 그 이전의 세계로 돌아가지 못한다. 딘 쿤츠의 예지력은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가 아니라 바로 여기에서 빛난다.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 대한 의혹은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으나 확실한 것은 없다. 어쩌면 그 진실은 끝내 알려지지 않을 수 있다. 다만 그러한 추정이 가능할 수밖에 없는 각종 불투명한 상황은 그것만으로 비판받을 대목이 있다. 위험을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할 것이라는 여러번의 예견과 그 예견에 제대로 대응하고 준비하지 못한 모습이 그것이다. 이것은 비단 그곳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은 인간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때로 파괴하기 위해서 과학과 의학의 진보를 이용한다. 그것은 애국심도 대의도 아니다. 단지 파괴다. 딘 쿤츠는 거기에 바로 이 깊은 어둠의 심연이 있다고 봤다. 그 과정에서 희생되는 많은 것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메시지의 울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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