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로 일상이 마비됐다. 아이들의 입학식, 졸업식은 나란히 취소되었다. 어쩌면 시기에 맞게 해야 할 통과의례까지, 사람들 간의 만남조차도 이젠 사치처럼 되어버렸다. 라디오 뉴스를 듣다 코로나로 죽은 마흔 살 직장인의 얘기에 마음이 시렸다. 죽기 전날까지 야근해야 했던 사람, 홀로 맞아야 했던 죽음에 나까지 덩달아 서러워졌다. 대남병원 폐쇄병동 안 침대도 아닌 매트에 촘촘히 무기력하게 수십 년 동안 누워 있는 정신질환 환자들의 모습도 떠올랐다. 이러한 신종 바이러스 전염병은 가장 취약한 계층에 있는 사람들을 더 가혹하게 공격한다. 차마 마주하기 힘든 불편한 진실이다. 


















책의 색감, 만듦새가 너무 예뻐 한참 어루만지게 되는 책. 하필 그 안의 '너머'라는 단편을 제일 먼저 읽게 된 것이 다행이다. 병가를 낸 교사를 대신해 기간제 계약직 교사로 부임하게 된 N의 이야기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다층적인 시선과 차별을 촘촘하게 엮어내고 있다. 학교라는 공간과 N의 어머니가 누워 있는 요양병원은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받는 차별과 또 그들이 제2의 가해자가 되는 구조적 모순과 생존을 둘러싼 인간의 이기심을 핍진성 있게 다루고 있다. 특히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조리종사원들, 수시로 바뀌는 요양병원의 간병인들이 때로 더 취약한 처지의 타인에게 저도 모르게 행사하게 되는 또다른 종류의 수동적 폭력에 대한 묘사는 그것에 어떤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자신이 처한 취약한 입지 때문에 어쩌지 못하는 N의 딜레마를 생생하게 형상화해내 읽는 이들 모두가 그 무기력함에 가슴이 답답해져 오는 느낌을 가지게 할 정도다. 생존을 딛고 쉽게 과감해질 수도 용감해질 수도 이상주의적 도덕주의자가 될 수도 없는 그 패배감의 잔영이 짙다. 무기력하게 말라가고 간병인에게 무언의 학대와 방임을 당하게 되는 N의 어머니는 N의 절망적 미래와 겹쳐진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늙고 결국 무기력해져 죽는다. 그럼에도 이 단순한 명제가 눈 앞 풍경으로 펼쳐질 때 우리는 담담해질 수 없다. 


N은 툭 뱉어내듯, 순식간이야, 하고 말했다. 그 말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튀어나온 말 같았다.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면서 다만 그 말이 마음에 들어 견딜 수 없다는 듯, 모든 게 순식간이야, 순식간에 끝난다고, 순식간에, 하고 N은 주문처럼 중얼거렸다. 가슴 한쪽에선 잔혹한 마음이 불처럼 일어나고 다른 한쪽에선 두려운 마음이 돌처럼 가라앉았다. 순식간에 끝나......



그녀의 절망이 허구가 아니라 지금 도처에서 일어나는 진짜라는 것을 깨닫는 지점에서 마음이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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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7 16: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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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8 11: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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