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일단 재미있다. 소설이라면, 아니 활자가 인쇄된 것이라면 닥치던 대로 읽고 내용 소화는 뒷전으로 미루던 사춘기의 치기가 이제는 없어진 만큼, 재미없는 소설은 구입한 것이라도 인내심 발휘가 안된다.

그래서 소설을 아예 구입하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 김훈의 소설은 서사적 드라마틱성보다는, 문체의 장중함, 묘사의 현장감 등으로 다가왔던 터라, 선택의 망설임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칼의 노래'는 분명 훌륭한 작품이었지만 술술 읽히지는 않았기에...

그런데 이 작품은 역동적인 스토리 라인이 있는 것도 아닌데 술술 책장이 넘어간다. 아니, 넘어가는 책장을 조금씩 붙들어 속도를 조절하고 싶은 욕망까지 만든다. 일단 허구같지가 않다. 물론 소재자체가 역사적 사건에 기반한 것이기는 하지만 김훈이라는 작가는 죽어 있던 그 시대의 인물들에 다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는 재주가 있는 듯 하다. 인물 개개인의 내면적 갈등, 캐릭터 등이 마치 팔딱이는 물고기마냥 싱싱하게 독자앞에 펼쳐진다.

또한 무엇보다 과장하지 않는다. 임금의 내면적 갈등이 무너지고 적에게 투항하여 머리를 찧으며 절하는 장면에서도 임금의 슬픔과 비애대신 그를 둘러싼 자연의 묘사가 담담하게 이루어진다. 그런데 오히려 이러한 기술 방법이 독자의 가슴을 더 울리는 것은 분명 작가만의 저력인 듯 하다.

지난한 일상에서 모든 상념을 잊고 싶은 날,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당신은 이 책의 첫장을 펼치는 순간 남한산성에 입성하여 수많은 이념 및 명분,그럴듯한 말들의 향연 속에서 고사해 가는 지도층의 모습을 목전에서 목격하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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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훈이 "남한산성"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05 02:32 
    남한산성 - 김훈 지음/학고재 2007년 10월 31일 읽은 책이다. 올해 내가 읽을 책목록으로 11월에 읽으려고 했던 책이었다. 재미가 있어서 빨리 읽게 되어 11월이 아닌 10월에 다 보게 되었다. 총평 김훈이라는 작가의 기존 저서에서 흐르는 공통적인 면을 생각한다면 다분히 민족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매우 냉정한 어조로 상황을 그려나가고 있다. 소설이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개입이 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읽었음에도 주전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