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 죽음과 죽어감에 관한 실질적 조언
샐리 티스데일 지음, 박미경 옮김 / 비잉(Being)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솔직히 얘기하면 이 책을 읽는 내내 기분이 안 좋았다. '생로병사'는 부인할 수 없는 절대명제이지만 그래도 중년이 되기 전까지는 솔직히 '나'를 주어로 대입하여 인식하기는 쉽지 않다. 프로이트가 사람들이 마음 속으로는 사실 자신들의 불사를 믿고 있다고 한 지적은 일견 적나라한 진실을 반영한 면이 있다. 정말 이 힘겨운 나날들, 끝내 포기하지 못하는 욕망들에 헌납하는 시간들이 종국에는 '무'로 스러질거라는 걸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직시하고 정말이야,라고 수긍할 수 있을까? 하나 분명한 것은 자주 잊어버려야 견딜 수 있다. 죽음이란 산 자의 입으로 백주대낮에 화제로 올리기엔 참으로 두려운 이야기다. 


그래도 때로 아니 종종 상기한다. 나의 부재를,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지금 이 시대를 공유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다 사라지고도 계속될 이후의 분주했던 분주한 여전히 왕왕댈 거리를...... 등골이 서늘하지만 그런 가운데 얻는 것이 있다. 이 한정된 시간을 무한정 쌓아둔 것처럼 낭비하고 별 것 아닌 일들로 어지럽히지 말아야 한다는 자각이다. '메멘토 모리'


이 책은 좀 잔인한 면이 있다. 죽음 자체를 중심 화제로 올리는 것도 그렇지만 죽어가는 사람을 간병하는 문제, 장례 절차, 시신을 처리하는 과정 등에 대한 대단히 솔직하고 노골적인 논의가 인상적이다. 죽음 자체를 통제하는 것에 대한 환상도 이상화도 없다. 죽음을 둘러싸고 당면해야 하는 자잘한 문제들에 대한 회피도 지양한다. 유한한 삶의 전제를 망각한 채 거대한 소비의 환상을 주입하는 데에 골몰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단히 용기 있는 이야기를 저자는 서슴없이 한다. 그녀 자신이 실제 완화의료 분야에서 간호사로 일하며 죽어가는 자들과 그들의 가족, 친구, 그 이후의 실질적인 고충들에 조력자 역할을 한 경험은 현실을 보기 좋게 쓰기 좋게 가공하고자 하는 작가로서의 허영이나 이상주의보다 실제 삶에서 벌어지는 지난하고 처절한 경험들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데에 더 열중할 수 있게 해 준 것같다. 


우리는 위태로운 삶을 너무나 소중히 여긴다. 눈앞에서 덧없이 흘러가는, 변화무쌍한 삶에 간절히 매달린다. 우리는 나날이 빛나는 특별한 삶을 찬미한다. 하지만 태어난 모든 것에는 죽음이 따른다. 아무리 다정하고 완벽한 만남도 결국엔 헤어짐이 있다. 우리는 스러져가는 모든 것의 아름다움을 바라본다.

p.298


불교도로서의 철학은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어떻게 그 갑작스러운 종결을 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울림 있는 조언으로 확장된다. 


찰나의 순간이 지나가듯, 우리네 인생도 흘러가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여린 눈송이가 쌓이고 쌓여서 견고하게 대지를 덮는다. 개개인은 잔물결에 지나지 않지만, 우리는 그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는 대한 파도이다. 우리는 무한히 깊고도 영원한 바다에서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높이 치솟았다가 초연히 스러진다. 이것은 우리가 직면한 상황의 반대쪽이다. 죽어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안전하다. 당신을 아프게 하지 않을 것이다.

p.207


당신도 나도 아프지 않고 안전하게 그 능선을 넘어갈 수 있도록. 라블레가 죽음 직전에 남긴 말을 가지고 갈 일이다. 

"나는 엄청난 '어쩌면(perhaps)'를 탐색하러 간다."[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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