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는 여기 머문다 - 2007년 제31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전경린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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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고등학교때부터 거의 10년여를 해마다 습관처럼 구독했던 것 같다. 재미있는 것은 대상은 확실히 대상감이라는 것이다. 거의 해마다 예외가 없었던 것 같다. 단편이지만 읽고 나면 가슴을 치는 감동이 여지없이 어디선가 몰려온다.

'전경린'이라는 작가는 사실 잘 모른다. '천사는 여기 머문다'는 분명 서사성을 중점으로 해서 술술 읽히는 작품은 아니다. 약간 현학적이고도 회화적인 문체라 중간중간 집중하며 읽어야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솔직히 나는 쉽게 읽히는 작품을 좋아하는 지라 조금 거부감을 가지고 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마지막 대목에서는 찬탄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여주인공의 반지에서 나오는 빛방울들의 향연을 묘사한 장면은 숨이 막힌다. 정말 환상적인 그림 앞에 독자들을 그러모으는 작가의 재능은 비범한 것에 틀림없다.

다음으로 인상에 남는 작품은 공선옥의 '빗속에서'와 권여선의 '약콩이 끓는 동안'  지난한 일상사와 인생의 고단함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산다는 것'은 사실 대부분이 일상에서 자동적이고 무의적으로 이루어지는 편린들의 집합이라 누군가의 일상사를 진지하게 엿보다 보면 그 때에서야 비로소 전체를 조망할 기회를 가지게 되는 것 같다. 고단한 가장, 불합리한 권력 구조, 미래에 대한 무거운 두려움 등, 이 두 작품은 일단 읽는 즐거움도 있거니와 삶 전체를 잠시 조망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데에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해가 갈수록 작품들의 전체적 분위기가 따뜻하기 보다는 조금더 슬프고 조금더 냉소적으로 되어가는 것 같다. 시대가 점점 그렇게 변해 가는 것일까. 뒤돌아보지도, 그렇다고 먼 곳을 조망하지도 못하고 바로 코앞만을 보며 질주하고 있을 때, 이 책을 꺼내어 잠시 한 두걸음 멈추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작은 에피소드 속들의 주인공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와 저마다 지루하지 않은 얘기들을 쏟아 낼 테니깐... 적어도 외로움을 덜 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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