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키운다는 건 정리된 방에서 예정된 계획대로 예상되는 경로로 하루를 사는 것과 대척점에 서는 것만 같다. 기대는 어긋나고 예상은 나가 떨어진다. 장담했던 일들도 주장했던 나의 가치관도 때로 무색하다. 아이는 천방지축이고 때로 너무 다정하고 의도치 않게 무례해서 나를 겸연쩍게도 한다. 사과할 일도 생기고 으쓱할 날도 있다. 한마디로 예측불허의 부모로서의 삶을 살다보면 끊임없는 시행착오와 회한을 겪게 된다. 상상하지 못했던 미래가 현재로 달려든다. 그러니 함부로 장담할 일도 도덕군자연하는 일도 이제 물건너 갔다. 

















뷰티풀 보이. 십년 전에 출간된 책이 최근 영화화된 모양이다. 표지는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아버지와 십대의 아들. 평범한 이야기가 아니다. 아들은 약물 중독자다. 강력한 메타암페타민. 저자 셰프는 약물에 중독되기 전 사랑스럽고 명민했던 아들 닉과의 추억을 시작으로 연대기식으로 닉이 어떻게 약물중독에 삶 전체를 저당잡히게 되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아버지는 읽고 쓰면서 포기하지 않고 아들을 그 자리에서 기다린다. 전도유망했던 닉의 삶은 반복되는 가출, 거리의 삶, 가택침입, 절도, 체포, 재활원 생활로 점철된다. 감정이 이입되다 보니 지치지도 않고 아버지와 가족들을 배신하는 닉의 모습에 차마 계속 책을 읽기가 힘들 정도였다. 아들은 아버지를 시험한다. 계속되는 거짓말, 허언들. 이번에도? 이번에는 아닐 거야.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아들을 기다리는 아버지의 모습. 나도 마치 들어오지 않는 가족의 일원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닉의 무사귀환을 고대하게 됐다. 


그럼에도 끝까지 아들을 포기하지 않는 그의 모습은 과연 산다는 건 무엇일까,에 대한 자문과 부모라는 존재가 자녀에게 가지는 근본적인 의미에 대한 천착으로까지 나아간다. 시적이고 철학적이고 숭고하기까지 한 그의 도착 지점은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니 만큼 하나의 삶을 포용하고 성장시키는 부모로서의 입장은 항상 흔들릴 수밖에 없다. 수많은 오류와 실패를 거쳐 완벽한 행복을 누리게 되거나 언제까지나 이어질 안정적인 착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는 것은 무엇일까.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도 아들 안에 남아 있는 아직 손상되지 않은 아름다운 구석을 여전히 응시하고 쓰다듬을 수 있는 아버지에게서 많은 것들을 배운다. 결국 닉은 그런 아버지에게 돌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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