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이미 나와 있었군요. 그러면 그렇지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가 번역이 안 되었을 수가 없죠.

다음엔 꼭 알라딘으로 확인해보고 리뷰 써야겠어요.

쓴 리뷰를 카피하려 해도 제 컴이 그걸 허락지 않는지라 어쩔 수 없이 짤막하게 다시 리뷰를 쓰고 말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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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한 악기 (허수경)

 

불광동 시외버스 터미널

초라한 남녀는

술 취해 비 맞고 섰구나

 

여자가 남자 팔에 기대 노래하는데

비에 젖은 세간의 노래여

모든 악기는 자신의 불우를 다해

노래하는 것

 

이 곳에서 차를 타면

일금 이천원으로 당도할 수 있는 왕릉은 있다네

왕릉 어느 한 켠에 그래, 저 초라를 벗은

젖은 알몸들이

김이 무럭무럭 나도록 엉켜붙어 무너지다가

문득 불쌍한 눈으로 서로의 뒷모습을 바라볼 때

 

굴곡진 몸의 능선이 마음의 능선이 되어

왕릉 너머 어디 먼 데를 먼저 가서

그림처럼 앉아 있지 않겠는가

 

결국 악기여

모든 노래하는 것들은 불우하고

또 좀 불우해서

불우의 지복을 누릴 터

 

끝내 희망은 먼 새처럼 꾸벅이며

어디 먼 데를 저 먼저 가고 있구나

---------------------------------------------

시를 하도 못 읽어서 시를 읽으면 그냥 하고 싶은 말이 콸콸 나올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다. 아무 말도 없이 시만 올리면 무책임한 것 같아서 그러지는 않으려고 했더니 아예 시를 못 올리게 될 지경이라 그냥 시만이라도 올린다.

딱히 내가 감성이 메말라서라기보다 (그것도 사실이지만 ^^;;) 좋은 시는 뭔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을 건드리는 것 같다. 상처 덧내듯이 사람을 얼얼하고 쓰라리게 만드는 것. (나도 참 변명도 가지가지 한다 ^^)

허수경의 시들은 특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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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스타워즈 보러 시내 나갔다가 헌책방에서 산 책이다. 뉴욕타임즈 베스터셀러였다는 이 책의 저자들은 최근에 비슷한 주제로 신작을 낸 바 있다. 우연히 그 신작에 대한 기사를 읽은 후에 헌책방에서 이 책을 보고 3불 하길래 집어든 거였다. 직장생활에 아직 적응이 잘 안 돼서 심각한 글은 영 읽을 수가 없길래 날라리책이라도 읽으려고 한 거였는데 예상대로 널럴하고 별 내용 없는 책이었다. 그래도 마지막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나름대로 재미있게 마친 기념으로 여기다 리뷰를 하나 쓴다.

내용은 Nanny라는 NYU (뉴욕대학교) 여대생이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생활비 충당을 위해 유모(nanny)일을 하면서 좌충우돌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것인데, 사실 사건이 뭐 많기보다는, 미국 맨하탄의 삐까번쩍한 저택 아파트에 사는 때부자들의 세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를 자어낸다.

원래 사람들에게는 부자들의 생활을 엿보고 싶은 관음증 심리가 조금씩은 다 있는지라 (뭐 본인이 부자면 그런 심리가 없겠지만서도) 이 책에 리얼하게 묘사되는 맨하탄의 백만장자들의 화려한 저택과 생활상, 그리고 고용자들에게는 뻔뻔스러울 정도로 안하무인인데다가 돈에 치사하기까지 한 행동거지가 은근한 재미를 준다.

대학 내내 생활비 조달을 위해 부자집들을 여럿 돌며 (그래봤자 맨하탄의 갑부들 수준은 아니고 강남의 중상층 정도였다) 과외 하느라고 고생한 기억이 나서 나는 나름대로 공감할 태세까지 갖춘 터였다. (왜 꼭 과외비는 날짜 밀려서 안 주고, 수업취소는 5분 전에 하지를 않나, 등등등...거기다가 자식은 머리가 좋을뿐 노력을 안해서 그렇다는 환상까지 유지시켜줘야 한다)  헌데 유모일은 과외선생일에 비할바 아니게 끔찍스럽다는 걸 알게 됐다. 물론 주인공 내니는 아동교육 전공이고 아이를 끔찍하게 사랑한다는 점에서 그 일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빽빽 울어대는 애들을 보면 정신이 멍해지는 나는 그 일을 그것도 몇 시간씩 해야 한다는 게 충격이라 (이러다 나중에 애 생기면 어쩌려나 모르겠다, 정말; 자기 자식은 다르다니까 또 모르지만), 왜 차라리 맥도날드에 가서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지 이해가 잘 안 됐다. 특히 부모에게 악세사리 취급당하며 사랑에 굶주리는 4살짜리가 불쌍해서 모욕도 감수하며 내니가 그 집에서 온갖 뒤치닥거리를 하는 장면에서는 정말 한숨이 절로 나오는 거였다.

재미있는 건 이 책의 주인공은 내니이지만 사실 더 인상적인 인물은 내니를 고용한 4살짜리 남자애 Grayer의 엄마 Mrs. X.라는 거다. 대학에 다닐 때는 장학금을 받아야 했을 정도로 가난했던 여자는 Mr. X라는 갑부를 만나 결혼해 상류사회의 일원이 되지만 남편의 무관심과 외도로 번민한다. 이 Mrs. X는 또 싸가지 무지하게 없고 고용인들에게 잔인하며 자식에 대한 모성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고 낭비벽이 심한 인물이다. 그리고 가장 인상적으로, 남편의 무관심과 결혼에 대한 모든 트러블을 마치 존재하지 않는 양 행동하는데 도가 튼 인물이다.

아마 이런 인물상이 맨하탄 갑부 부인들에게 흔한 인물상인가 본데, 끔찍스런 인간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만들면서도 흥미를 자아낸다. 이 책에서는 내니가 중심이라 이 인물이 자세히 다루어지지 않지만, 내 사견엔 이 인물이 중심이었으면 책이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  

뭐랄까, 권력과 부를 가진 남자 덕으로 화려한 생활을 누리려는 여자의 심리와 그 생활이 주는 여가를 돈쓰는 데 바치는 허영 가득한 행태가 (작가의 주된 의도는 아니었겠어도) 내게는 상당한 충격이었다.

하나 더, 인상적이었던 건 세상에서 아마 인구밀도가 방글라데시보다도 더 높을 언제나 사람들이 우글거리고 번잡스럽기 그지없는 뉴욕의 맨하탄에 높이 솟은 그 센트럴 파크 주변의 폼나는 고층 빌딩들은 한 층에 기껏 한 식구 혹은 두 식구만 거주하는 넓디넓은 빈 공간들이라는 거다. 때로는 여러층이 한 식구의 집인 경우도 있을 정도로. 그러니 정말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이 빈부의 우주적 격차라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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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둥개 2005-06-12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www.amazon.com/exec/obidos/tg/detail/-/0312291639/qid=1118552877/sr=8-1/ref=pd_csp_1/002-0577992-7150421?v=glance&s=books&n=507846 로 가시면 이 책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아마존 독자들은 별점을 5점 만점에 3.1/2 주었네요. 저는 한 3개 내지 두개 반 별을 주겠습니다.

히나 2005-06-12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정개님, 이 책 재미있을 거 같아요 제 영어수준으로는 대략 불가능이지만.. ^^; 저도 잠깐 베이비시터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데 (아이들 안 좋아함) 부유층 부모와 아이들의 관계가 참 흥미로워서 소설로 쓰면 재미나겠구나,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검둥개 2005-06-12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도 부유층 사람들은 자식에게 애정이 적은가요? 흠, 하기야 파티도 가야 하고 뭐 사교하느라고 애는 유모가 키워라 그런 셈이려나요... (유모일에 경험 없음 ^^;;) 아, 그리고 영어는요, 그 이야기를 빼먹었는데 이게 영어가 상당히 쉬운 책입니다. 글자도 크고 줄간격도 넒어요. ㅎㅎ 영어공부하는 셈 치고 머리 식히며 읽기에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영어책 읽기는 참 즐기기가 어려운 거 같아요. 아무리 널널해도 말이죠. 크아 부담이잖아요. 왠만한 단어는 그냥 무시(몰라도 대충 짐작으로 때리는)하는 용기가 제게는 도움이 되더군요 ^^;;;

검둥개 2005-06-13 0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0126015 어머 한국에 번역되어 나와 있었습니다. 알라딘에도 있는데 그걸 그만 모르고... 리뷰 한 판 쓸 수 있었는데 아깝당... ^^ snowdrop님 땡기면 번역판으로 읽으셔도 되겠어요. 그죠? :)
 

그 봄비 (박용래)

 

오는 봄비는 겨우내 묻혔던 김치독 자리에 모여 운다.

오는 봄비는 헛간에 엮어 단 시래기 줄에 모여 운다.

하루를 섭섭히 버들눈처럼 모여 서서 우는 봄비여.

모스러진 돌절구 바닥에도 고여 넘치는 이 비천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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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6-07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1999  한 분만 더 오시면 1000이군요..^^

그..근데, 이제 여름이라.. 소낙비나 장마비를 올리심이..흐흐~


검둥개 2005-06-08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날개님 999를 잡아주셨네요. 은하철도 999가 생각나요 ^^.
제가 캡쳐를 하면 51 999 이렇게밖에 안되는 거 있죠. 윽. 에디터가 안 되니까 어쩔 수가 없어요. 아 참 그렇지 않아도 소낙비도 찾았는데 제 기분하고 잘 안 맞아서 봄비를 대신 올렸던 거랍니다. :)

애송이 2005-06-19 0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마음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비수. 장마철을 대비해서 문단속 잘해라. 거기에도 장마가 있긴 한지...여긴 진짜 건조하다.

검둥개 2005-06-19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조할 땐 물 많이 드세요. 여기는 벼락하고 천둥이 많이 쳐요 요새. 으, 무서워 죽겠답니다. ^^
 

(황지우)

 

삶이란

얼마간 굴욕을 지불해야

지나갈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

 

돌아다녀보면

조선팔도

모든 명당은 초소다

 

한려수도, 내항선이 배때기로 긴 자국

지나가고 나니 길이었구나

거품 같은 길이여

 

세상에, 할 고민 없어 괴로워하는 자들아

다 이리로 오라

가다보면 길이 거품이 되는 여기

내가 내린 닻, 내 덫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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