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하늘을 (김수영)


  푸른 하늘을 制壓(제압)하는
  노고지리가 自由(자유)로왔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詩人(시인)의 말은 修訂(수정)되어야 한다.

  自由(자유)를 위해서
  飛翔(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自由(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革命(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革命(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제 아무리 엄숙하고 고독한 혁명의 순간에도, 
부침개 지지는 냄새가 제공하는 후각의 향연이 배제되지 않기를, 
노오란 가을 낙엽에 멋드러진 트럼펫 소리 따위를 꿈꾸는 대책 없는 낭만주의자까지도 포용될 수 있기를,
의지박약한 군중의 싸구려 꿈들도 조용히 소쿠리에 담겨 간직될 수 있기를,
손가락 마디 하나로 재판하는 광기의 유혹에 담대한 저항 있기를.

여기까지 쓰고나서 마음은 다 집어치우고,   
자판기 커피 한 잔 뽑아 아무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줄담배를 피우러 갔다.

공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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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9-27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마음은 다 집어 치우고!!
저도 커피나 한잔 마십니다 그려.

검둥개 2005-09-27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 아앗 그럼 원다방에서 한 잔 하죠! ^^
 

아주 오랫동안, 나를 배반해온 것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무슨 일을 해도 인생은 나아지지 않았다. 직종에 따라 약간의 희미한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나는 적성이 없거나 노동 자체를 혐오하는 비정직한 인간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무얼 하건 언제나 뒤에 길다랗고 거대한 그림자로 바싹 붙어 나를 위협하는 건 일이 아니었다. 삶이란 참을 수 없이 고되고 무의미한 노동이다. 그에 비하면 일은 유희에 다름 아니다. 그걸 왜 몰랐을까. 일을 바꾼다고 인생의 성격까지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건 애매모호하고 이해되지 않는 할당량을 채워넣듯이 그냥 살아야 한다는 거다.
 

序詩  (이성복 )
 

  간이 식당에서 저녁을 사 먹었습니다
  늦고 헐한 저녁이 옵니다
  낯선 바람이 부는 거리는 미끄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이 맞은편 골목에서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당신이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사방에서 새소리 번쩍이며 흘러내리고
  어두워가며 몸 뒤트는 풀밭,
  당신을 부르는 내 목소리
  키 큰 미루나무 사이로 잎잎이 춤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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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바람 2005-09-26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성복 선생의 부친상 소식을 오늘 들었는데... 괜히 '사랑하는 사람'의 자리에 아버님을 끼워 넣어보기도 합니다.

비로그인 2005-09-26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힘들어 보이세요... 일이 잘 안풀리세요?
삶이란 참을 수 없이 고되고 무의미한 노동이다. 그에 비하면 일은 유희에 다름 아니다. 그걸 왜 몰랐을까. 일을 바꾼다고 인생의 성격까지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공감이 제대로 되는 글귀입니다. 그래도. 인생의 성격.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전 그런 희망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부디. 언젠가는 나아지겠지. 하는 믿음으로.
물론 순간순간. 수 없이 많은 고민과 힘듦을 이겨내야 하지요. 그래도. 살아가는 것.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믿고싶습니다. -_ㅠ 힘내세요!!

릴케 현상 2005-09-26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이란...

검둥개 2005-09-27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바람님, 아 그런 소식이. 저는 몰랐더랍니다.

장미님 엄살은 저의 일상이야요. ^^;;;
사실은 머, 먹는 것에 목표를 두고 살고 있어요. 퍼, 퍼벅.

산책님, "삶은 돼지"! ^ .^ (앗, 썰렁했죠? ㅠ.ㅠ;;;)
 

화장지에서도 이렇게 심오한 진리가 보일 수 있구나, 라고 이 시를 읽으면서 생각했다.
  

리필  (이상국) 
 

  나는 나의 생을,
  아름다운 하루하루를
  두루마리 휴지처럼 풀어 쓰고 버린다
  우주는 그걸 다시 리필해서 보내는데
  그래서 해마다 봄은 새봄이고
  늘 새것 같은 사랑을 하고
  죽음마저 아직 첫물이니
  나는 나의 생을 부지런히 풀어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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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 (신현림)
 

  마음이 다 드러나는 옷을 입고 걷는다
  숨어 있던 오래된 허물이 벗겨진다
  내 허물은 얼마나 돼지처럼 뚱뚱했던가
  난 그걸 인정한다
  내 청춘
  꿈과 죄밖에 걸칠 게 없었음을
  어리석음과 성급함의 격정과 내 생애를
  낡은 구두처럼 까맣게 마르게 한 결점들을
  오래도록 괴로워 했다
  나의 등잔이 타인을 못 비춘 한 시절을
  백수일 때 서점에서 책을 그냥 들고 나온 일이나
  남의 애인 넘본 일이나
  어머니께 대들고 싸워 울게 한 일이나
  실컷 매맞고 화난 주먹으로 유리창을 부순 일이나
  내게 잘못한 세 명 따귀 때린 일과
  나를 아프게 한 자 마음으로라도 수십번 처형한 일들을
  나는 돌이켜본다
  TV 볼륨을 크게 틀던 아래층에 폭탄을 던지고 싶던 때와
  돈 때문에 조바심치며 은행을 털고 싶던 때를
  정욕에 불타는 내 안의 여자가
  거리의 슬프고 멋진 사내를 데려와 잠자는 상상과
  징그러운 세상에 불지르고 싶던 마음을 부끄러워한다
  거미줄 치듯 얽어온 허물과 욕망을 생각한다
  예전만큼 잔성의 사냥개에 쫓기지도 않고
  가슴은 죄의식의 투견장도 못 된다
  인간은 원래 그런 것이라며 변명의 한숨을 토하고
  욕망의 흔적을 버린 옷가지처럼 바라볼 뿐이다
  고해함으로써 허물이 씻긴다 믿고 싶다
  고해함으로써 괴로움을 가볍게 하고 싶다
  사랑으로 뜨거운 그 분의 발자국이
  내 진창길과 자주 무감각해지는 가슴을 쾅쾅 치도록
  나는 좀더 희망한다
  그 발자국이 들꽃으로 흐드러지게 피어나
  나를 깨워 울게 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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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9-25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해의 창이군요

검둥개 2005-09-25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 사진은 다 멋있는 것만 같아요. 마치 희망이 새어들어오기라도 할 것처럼요. :)
 

  세상사 (정채봉)

  울지 마
  울지 마
 
  이 세상이 먼지 섞인 바람
  먹고 살면서
  울지 않고 다녀간
  사람은 없어
 
  세상은
  다 그런거야
 
  울지 마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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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09-23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지 말라니깐 더 울고 싶어지는 건 왜일까요.... ^^;;;

물만두 2005-09-23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가요...

검둥개 2005-09-24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 우지 마세요. ^^ 뚝!

만두님 그러셔요. ^___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