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 반 엄마들을 만났다. 전학 시켜두고 첫 모임을 한다는 종이에 구체적으로

새로 전학온 ** 엄마, @@엄마 꼭 뵙고 싶어요!

라고 이름까지 젹혀 있어서 나갔다.

나가서 우연히 앞에 앉은 아줌마랑 얘기하다 보니... 대학 동창이다. 전공은 다르지만, 걔랑 친한 친구가 나랑 같은 과이고, 나랑 친한 친구가 또 걔랑 같은 과여서 바로 말 트고 친구 되었다.

그런데 그 친구... 올 여름에 군인 장교이던 남편이 죽었다고 했다. 너무나 운동을 좋아해서 일주일에 몇번씩 자기랑 테니스치고 운동하고 했던 남자였는데 겨우 1.5킬로 체력측정을 하다가 심장마비가 온 모양이다.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하면서 울었다. 몇 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눈물이 많이 나온다고... (식당에서 두 아줌마가 손잡고 눈물 콧물 흘리면서 울다가... 밥도 못먹고 나왔다.)

갑자기 그 기사를 봤던 기억이 났다. 군장교가 매년 하는 체력측정을 위해 달리기를 하다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기사. 우연히 들어간 블로그에서 봤는데, 그 밑에 악플이 많았다. 장교가 얼마나 운동을 안했으면 겨우 1.5킬로를 뛰다 죽느냐, 세금이 아깝다는 그런 악플들이었다. 나도 내심 동조했던 기억이 있다.

그 사람, 평소에 그렇게 운동을 좋아했고, 아침마다 조깅을 했던 사람이었단다. 알지도 못하고 밑에 달아둔 악들들로 인해 상심했을 내 친구와 가족들이 정말 안스럽기만 했다. 악플을 달았던 사람들, 모르는 일에 왜 그렇게 용감한지, 더구나 죽은 사람에 대해 어쩌면 그렇게 심한 얘기들을 했는지...

수능시험에 휴대폰을 갖고 들어간 아이들에 대해서 말들이 많다. 심지어는 시험중에 휴대폰이 울리기도 했단다.

기사만 보고는 저 정신나간 놈! 시험 못봐도 싸다... 그런 생각을 가졌다. 아마 그 기사에도 수많은 악플들이 달렸겠지.

그런데 오늘 아침 다시 기사를 보니, 형의 코트를 입고 시험장에 갔는데, 형의 코트 주머니에 하필 아버지의 핸드폰이 들어 있었단다. 집에 남아있던 아버지는 휴대폰을 찾느라 전화를 걸었고, 그게 시험중인 아들의 옷에서 울린 것이란다. 어찌 되었든 현행법으로는 그 아이, 내년에도 시험을 못 본다. 부정행위로 간주되었으니까.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얼마나 하기 쉬운 남얘기일까. 내 고향에서 일어난 일이란다. 어쩌면 한 다리만 건너면 내가 아는 집의 일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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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5-11-25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어찌할거나.

진주 2005-11-25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럴 수가!!

물만두 2005-11-25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말 조심하겠습니다...

아영엄마 2005-11-25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의 일이라고 쉽게 말해서는 절대 안되죠. 다시 한 번 다짐하고 갑니다.
-그나저나 정말 그 학생 어쩐대요. 악운이라고 할 수 밖에 없지만 공부한 공이 한 순간에 무너진 것 같았을텐데..ㅜㅜ

깍두기 2005-11-25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이런....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반성하겠습니다.

세실 2005-11-25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내가 한 말이 돌고 돌아 다시 내게로 들어 왔을때의 허망함 이란...그게 사이가 안좋았을적 흉보던 사람이 지금 좋은 관계일 경우는 더더욱.....
남의 말을 함부로 해서 좋은 결과를 맺지 못함을 알면서도 우린(특히 아줌마..) 왜 꼭 그렇게 스트레스를 푸는 걸까요???
호랑녀님 말씀 듣고 보니 좀 전에 흉 봤던 * 동료에게 미안하네요.
에구 함부로 남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얘기 하지 맙시다....

울보 2005-11-25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느끼는것인데,,참 세상은 좁다라는것을..

조선인 2005-11-25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정말 안타까운 사연들이네요.

panda78 2005-11-25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런저런.. 너무 안됐다..
역시 속사정 모르고 함부로 말하면 안되요.
자나 깨나 말조심.

마태우스 2005-11-26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연 알고보면 정말 억울한 일 많지요........................ 그게 인생사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억울한 소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호랑녀 2005-11-26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일&추리가좋아님 저도 반가워요. 다른 분 서재에서 뵜던 것 같은데...
억울한 소수... 억울한 소수는 재판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변호사만 돈 벌겠다 ^^
저는 늘 억울한 소수보다는 그 소수를 구제해주는 데 묻어서 나가는 진짜 나쁜 넘들한테 더 관심을 갖고 있으니 정말 꼬여도 단단히 꼬였나 봐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