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카드 - 내 비장의 무기는?

인간에게는 누구나 비장의 카드가 있다. 결정적인 순간에 내밀 수 있는 비장의 무기.
형사에게 비장의 무기는 황금빛깔의 총알이 장전된 총도 아니고 은빛 찬란한 수갑도 아니다. '몸'이다. 한 방이라는 소리가 무색할 정도로 몸으로 때워야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열심히 달리는 형사들을 원없이 만날 수 있는 영화다.

비록 이 영화의 형사의 동선은 다소 따분할 정도로 단순하다. 쉼없이 나쁜 놈을 쫓고, 찾아다닐 뿐이다. 한 몸매하는 한채영과의 로맨스는 잠시 잠깐. 바쁜 형사에게는 국경일 조차 없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하나의 주제에 흔들림없이 다가가는 모습은 의연하기까지 하다. '총'과 '몸' 마지막 씬에서 범인을 향해 경고 사격과 3번의 경고 후 이어지는 사격, 그리고 총을 집어던지고 '몸'으로 범인과 싸우는 제수의 모습은 영화가 얘기하고자 했던 것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형사의 비장의 카드는 '몸'이다.

양동근이라는 걸출한 배우를 만난다는 것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다지 놀랄만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그의 연기력이 떨어지거나 해서라기 보다 다소 리얼한 형사 연기가 우리에게 너무 식상해 버린 탓인가 보다.

이 영화 때문에 출연진의 일부가 명예계급을 받았다고 한다. 대한민국 경찰을 빛냈다나? 정말 리얼하면서 훌륭한 경찰의 모습을 그렸다. 첫머리와 마지막에 양동근의 나래이션 처럼 우리나라 경찰은 그래도 복받은 듯 하다. 3면이 바다에, 북으로는 60만 대군을 끼고 있는 우리나라는 나쁜 놈들이 도망칠 곳이 없는 천혜의 요새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어릴 때 하던 놀이가 생각한다.

앞에 가는 놈은 도둑놈, 뒤에 가는 분은 형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올드보이 - 민식이 라이프~~~수다맨은 조심하라.

흔히 말조심 하라고 한다. 내가 던진 돌이 조약돌이라 하더라도 누군가에게는 큰 바윗덩어리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입이 심심해 하던걸?

영화는 크게 전반과 후반으로 나뉠 수 있다. 오대수가 15년 동안 갇혀 있다가 풀려나와 이우진을 대면하게 되는 장면까지. 이우진이 제시한 5일 동안 왜 15년이 지난 뒤에 풀어주었던가에 대한 수수께끼 풀이.  전반부는 SF적이기까지 하다. 개미가 오대수의 피부를 휘집고 기어다니는 장면은 몽환적인 상상과 현실의 접합점을 제대로 표현했다. 무엇보다 걸출한 장면은 자신이 갇혀 있던 수용소를 헤집고 들어갔다가 빠져나오는 장면은 게임이나 만화의 한 장면과도 같다. 이 작품이 일본 만화에서 시놉시스를 가져온 것은 이미 알고 있을게다.

후반부 부터는 미스터리와 호러의 중간계에 놓여 있다. 화면에 정성을 들이기 보다 인물의 섬세한 묘사에 집중해 있다. 올드 보이 촬영 후 최민식 앞에 유지태가 무릎을 꿇었던 것은 이 후반부 촬영 탓일게다. 어쩌면 다소 어쩡쩡하거나 피식 웃음이 날 법한 장면에서 심한 공포감과 수취심을 느꼈던 것은 주인공들의 섬세한 연기가 있었던 탓이다.

공동경비구역 JSA를 보았을 때 이병헌과 이영애 그리고 송광호의 연기력에 힘 입은 작품이라 생각했다. 당연히 이 작품은 박찬욱 감독만의 작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용히 '복수'라는 모티브를 가지고 나왔던 그 다음 작품에서 박찬욱 감독의 대표작이 표출되었던 것 같다. 올드 보이는 여전히 그 연장 선상에 놓여 있다. "복수(複數)의 복수(復讐)" 제곱비례한 작품이다. 상반기 영화가 '살인의 추억'이었다면 하반기는 '올드 보이'라는 표현이 거짓은 아니었던게다.

오대수의 헤어 스타일이 전인권을 닮은 것은 어쩌면 가장 몽환적인 인물의 모티브를 베껴온 듯 하다. 헤어 스타일과 선글라스...... 틀림없는 전인권이다. 민식이 라이프는 복수혈전이다. 

P.S. 혹시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의 감독 용이를 발견했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무 - 9 더하기 9가 얼마인지 알고 있소?

요즘 인터넷 서점들이 "해리포터..."에 재미를 붙여서인지 예약 판매를 이벤트 처럼 하고 있다. 물론 그만큼 판매에 자신이 있는 책들이긴 하겠지만서도.  

'세계수'라고 하나? "아버지들의 아버지"였던가? "뇌" 였던가? 남자 주인공 이지도르의 집에 그 나무가 있었던 것 같다. 칠판에 그려진 그림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끝없이 뿌리를 뻗고 있는 그 나무를 연상시키는 표지였다. 우선 이 책의 모양새를 얘기해야 할 것 같다. (대부분 이 얘기를 빠뜨리지 않고 하길래.....쩝~) 우선 휴대하기에 가벼운 무게, 그리고 외국 페이퍼북 같은 디자인과 속지. 왜 뒷면에 작가 사진이 큼지막하게 나와있는 그런 책. 국내 출판사가 큰 고민없이 제목 활자만 신경쓰고 외국 책 디자인을 그대로 쓴 듯 하다. 그리고 속지 탓이겠지만 두께에 비하여 상당히 가벼운 느낌이다. 속지는 싸구려 페이퍼북 같은 재질로 느껴지는데 누구 얘기로는 비싼 종이라고 하더만. 그러고 보니 그냥 거친 페이퍼북 종이는 아닌 듯 했다.

프랑스 보다 한국에서 더 사랑받는 작가 베르나르의 신작은 국내에서 상당히 좋은 평을 받고 두터운 독자층을 같고 있는 듯 하다. 우선 그의 반질반질한 뇌 속에 들어있는 상상력은 다소 동양적이라고 할 만하다. 이 책의 단편 '황혼의 반란'을 보면 그런 느낌도 든다. 물론 그렇다고 이 사람에게서 동양인의 피가 흐르는 것은 아닐게다. 어릴 적 개미를 앞에 두고 장난치던 그 시절을 상상하게 한 그의 뛰어난 재능은 다양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동안 장편은 상당한 노력이 들었다. "나무"에 수록된 단편들은 모두 그 지적 호기심의 자극에 집중하고 있다. 문체가 수려하거나 이야기의 짜임새는 그닥 느껴지지는 않는다. 다만 각종 호기심과 아이디가 이 책 한 권에 수북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M.I.B 에 등장한 은하계를 상상하게 한 '취급주의' 의 어항,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 등장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금서 마냥 '수'를 금기시한다면....그 자신도 존경하는 H.G.웰즈의 투명인간을 좀 더 과학적으로 바라본 이야기 등등 그는 아직도 무한한 얘기꺼리를 숨겨두고 있다. 아니면 누가 먼저 그의 '뇌'에서 꺼내어 써버리기 전에 '찜' 해 두려는 수작일런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그동안의 장편과 다르다. 그냥 가볍게 화장실에서 읽어도 좋을 법 하다. 다만 화장지 대용으로 쓰지는 말지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영하 이우일의 영화이야기
김영하 지음, 이우일 그림 / 마음산책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김영하, 이우일의 영화이야기

뭔가 보고 느낀 점을 적는 것만으로는 '평'이라고 부르기엔 부족한 듯 하다. 감상문 정도가 적당할 듯 하다. 최소한 그 평을 읽고 있는 이들에게 이 영화가 제시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연출, 출연자들에 대한 깊은 성찰을 얘기해 주어야 할 것이다. 가끔, 아니 요즘은 자주 그런 경우를 보게 된다. 평론가들이 얘기하는 관점과 관객(또는 독자)들의 판단이 다른 경우가 있다. 최근에 헐크를 제작한 이안 감독에 대한 미국 평론의 시선을 곱지 않았다. 하지만 극장에서 그에 대한 관객의 평가는 좋았다. 그럴 때면 평론가들의 얘기는 다소 부질없어 보이기도 하고 일반인의 시선을 무시한 지적 허영심의 소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김영하 라는 인물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 그의 책을 읽고 나서 영화평론가 보다는 소설가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강하면서도 수많은 영화에 대한 글을 적은 인물로 알게 되었을 뿐이다. 실제로 유명 영화잡지에 정기적으로 글을 게재하였고 지금도 모 신문사에 몇 줄씩 적고 있다. 웃긴 것은 그걸 모아서 이 책을 냈다는 것이다. 그것도 처음이 아니라 두번째라고 한다. 그도 그 점을 아이러니하게 생각하나 보다.

영화 얘기가 읽고 싶어 골랐는데 그의 신변잡기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고 글 끄트머리에 대여섯줄 영화에 대해 적었을 뿐이다. 차라리 '도날드닭'으로 좀 알려진 이우일의 삽화를 보는게 내용 파악에는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시간 절약도 할 겸. 앞에서 조금씩 읽다가 결국 책을 잠시 덮었다. 그리고 고민에 빠졌다. 도대체 내가 뭘 읽고 있는가? 다시 책을 잡고 목차를 훍어보았다. 소제목에 영화제목을 적은 경우 보다 그렇지 않은 것들이 제법있었다. 뭔 영화에 대한 이야기인지 생각하며 그 쪽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제법 재미가 있었다. 그의 그러한 영화 얘기가 설득력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더 이상 영화에 대한 대여섯줄이 허접해 보이지는 않았다. 아~ 영화평을 이렇게 쓰는 것도 재미있군.

영화 같은 삶을 살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제법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자신의 삶 자체가 이미 영화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자신의 삶에 희노애락, 권선징악이 녹아 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당신은 한 편의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있을 것이다. 아무도 '컷'이라고 외치는 않는 무한 영화 속으로 당신을 초대해 보시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박씨 이야기
슈테판 슬루페츠키 지음, 조원규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9월
평점 :
품절


노박씨 이야기 - 누구 거기 없소?

요즘 읽을만한 책을 만난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뭐 굳이 10권 이상의 장편소설이 아니더라도 읽고 짧게 생각나게 하는 책이 그리울 때가 많다. 물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처럼 가끔 지나치게 생각을 많이 하게 해서 괴로울 때도 있다. 어쩜 이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해서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노박씨 이야기'는 장나라가 나오는 '오~! 해피데이'라는 영화에서 소개받았다. 박정철이 장나라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 시각장애인 할아버지에게서 추천받은 바로 그 책이다. 예전에도 이 책을 신문 책소개 란에서 본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시력이 좋은 분은 이미 발견했을지 모르겠지만, 책 표지에 노란 금딱지가 붙어 있지 않던가? 98년 독일 부흐쿤스트 재단이 선정한 가장 아름다운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의 주인공 노박씨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콘트라베이스'의 주인공 마냥 아침마다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고 틈틈히 글을 쓰는 아주 평범한 일반인이다. 그런 그에게 사랑이 찾아오고 부터 큰 변화가 시작된다. 사랑이 변화하는 모습을 아주 기발하고 재치있게 그려내고 있다. 사랑을 느끼는 순간의 쿵쾅거리는 마음, 초조함, 설레임, 그리고 그 사랑으로 부터 전해오는 아픔.

사랑은 기다리면 오는 것일까?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었던 것 같다. 아마도 그건 인연이라는게 있다면 필연적으로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는 생각때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런 느낌 보다는 인연은 만들어 가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세상에 물들었다는 뜻일까? 어쩌면 그런 조작된 사랑이 인연이라고 착각하고 살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의외로 노박씨의 사랑은 순정적이다. 그의 사랑은 감정에 충실하고 적극적으로 표출된 모습이다. 아마도 그의 사랑은 아주 훌륭한 자극제였던 것 같다. 하지만 그건 그의 사랑법이다. 사랑을 제대로 소화해 내려면 나만의 사랑법을 익혀야 할 것이다. 제대로 된 나만의 자극제를 찾아야 한다.

누구 거기 없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