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 작가주의 감독의 한계성
작가주의 감독의 한계는 깊이 보다 넓이에 있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곽재용 감독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은 두가지 부류일 듯 하다. '엽기적인 그녀'의 그 감독, '비 오는 수채화'의 잊혀진 감독. 두 작품의 경계는 너무나 명확하다. 시간적인 갭도 10년이 넘을 뿐만 아니라 지독한 멜로와 엽기 코믹극이라는 극명한 코드로 분류된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감독에게 잊혀지지 않을 만큼 의미를 부여할 만한 작품인 듯 하다. '비 오는...'는 수채화톤의 아름다운 영상미를 보여준 대표적인 멜로물의 하나이며 그 당시 비교적 괜찮은 흥행성적으로 2편 제작까지 이어졌던 작품이며, '엽기적인...'은 오랜만에 메가폰은 잡은 감독의 정상의 자리에 복귀시켜 준 작품이기 때문이다.
'클래식'은 '비 오는...'쪽에 가까운 영화이다. 어쩌면 재탕이라고 불러도 뭐라고 하진 않을 듯 하다. 아마도 공백기간 동안에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는 증거(?)가 아니었나 싶다. 남성에게는 어떨지 모르지만, 여성으로 하여금 "이것이 정통 멜로가 아닌가?" 라는 의미심장한 화살을 날릴 만큼 감동의 눈물이 주루룩~ 흐르는 작품이다. 1인2역을 맡고 있는 물 오른 배우 손예진의 연기도 무척 좋았고, 몇 편의 작품을 통해 꾸준히 좋은 이미지를 쌓고 있는 조승우의 연기도 괜찮다. 그리고 시트콤 '논스톱'의 히로인인 조인성의 이미지 메이킹은 제작 말미의 불미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썩 어울리는 배역이었다. 조인성의 역할 비중에 대하여 시나리오 준비 미비로 판단하기 보다는 너무나 많은 걸 보여주고 싶은 감독이 관객과 제작자의 힘에 눌려 결국 들어내고만 아쉬운 설정이 아닌가 싶다. 물론 132분이라는 긴 상영시간 조차 적다고 얘기하면 지나친 논리일 것이다. 역시 곽재용 감독은 영화판 보다는 문학쪽이 더 어울리는게 아닌가 싶다.
'클래식'은 그의 첫 작품처럼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영상미와 그 영상에 어울릴 만한 아름다운 선율 그리고 해당 배역에 적합한 산뜻한 신인급 배우들의 연기. '클래식'은 이런 그의 장기를 제대로 담아낸 영화이다. 파헬벨의 "캐논"이 흐르면서 시작 되는 첫 장면은 옛 기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선율과 파스텔톤의 영상을 담아 내고 있다. 어디서 본 듯 한 그리고 다소 촌스러운 장면은 주인공의 대사처럼 "클래식"이라는 미명하에 모든 걸 장식해 내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예전 처럼 멜로 영화라고 해서 심각함을 강조하기 보다 곳곳에 코믹스러운 장면을 삽입하여 다소 지겨운 감을 없애려고 노력(?)한 것이다.
걱정스러운 점은 감독의 행보이다. 10년 전에 '비 오는...'으로 인기를 얻어 2편까지 제작했지만 멜로물의 한계로 당시 힘 없는 감독의 입장에서 수년 동안 조용히 지내야 했던 그가 단 한 편의 영화로 부활한 것이다. 그리고 그에 힘입어 2편 제작을 하겠다고 한다. 과거 '비오는...' 1편과 2편 사이에도 실패한 작품(묘하게 3명이 주인공인 이미연, 김민종, 이경영 주연의 '가을여행')이 있었고, 이번에도 '클래식'이라는 작품이 끼여있다. 그렇다고 '클래식'을 '가을여행'에 비교하는 것이 무리일게다. 다만 걱정스러울 뿐이다.
멜러물을 좋아한다면 연인과 함께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하지만 2월말에 개봉하는 '국화꽃 향기'가 한 수 위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