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 5집 - Sora's Diary
나는 이소라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가끔 그녀의 음악을 듣게 된다. 국내에서 몇 안 되는 훌륭한 목소리를 가진 가수이기 때문이다. 목소리가 아름답다고 얘기할 순 없지만 그녀의 음색은 금관악기를 듣는 듯 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매년 1-2장의 앨범을 발매하는 것이라 아니라 무르익을데로 익어 농한 향기가 날 때 비로소 앨범을 내어놓는 그녀의 스타일도 마음에 든다.
이번 앨범도 4집 이후 1년이 휠씬 넘어서 발매가 된 듯 하다. 모 방송국의 TV 프로그램을 끝마치고 한동안 구설수에 오르긴 했지만 이내 차분하게 준비한 모습이 앨범 구석구석에 느껴지는 듯 하다. 애절, 우수, 감성, 서정, 그녀를 상징하는 언어에서 크게 범위를 벗어나는 것 같지는 않다. 다양한 작,편곡가가 함께 작업한 탓인지 10곡 밖에 안 되는 앨범 속에서 각각의 곡에서 서로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악기편성이 기타 또는 피아노 그리고 백보컬 정도만 포함될 정도로 간결해서 그녀의 음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듯 하다. 그러나 몇몇 곡은 참여한 작,편곡가의 영향 탓인지 귀에 익기도 하다.
앨범 제목인 Sora's Diary다. 누가 그녀의 일기장을 훔쳐볼까 라는 의구심이 들지만 어두운 방안에 조용히 벽에 기대어 앉아 듣고 있으면 그 분위기에 충분히 매료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