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는 암호다

KBS의 '역사 스페셜'은 교양 프로그램이면서도 자주 보게 된다. 역사에 대한 관심도 있거니와 숨겨진 사실을 파헤쳐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꺼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얼마 전부터 훈민정음에 관한 얘기를 하고 있다. 흔히 아는 바와 같이 훈민정음은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이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당시 집현전 학자들의 대부분은 한글 창제에 반대를 하였으며, 실제 한글을 만든 것은 세종대왕이었다는 사실이다. 위대한 왕이었기에 또 하나의 위대한 언어학자였을 세종대왕을 우리가 간과하고 있었다는 점을 다시 새겨준 것이다. 지난 주에는 한글 창제 이전의 구결문자가 우리 문자와 연관성이 있지 않은가에 대한 얘기를 했다.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흔히들 창문 문틀의 모양에서 힌트를 얻었다던지, 같은 우랄 알타이어계의 타국 문자에서 도움을 받았다는 의견이 있었다. 물론 창문 문틀 얘기는 후세의 사람들의 머리속에서 나온 얘기이고 타국 문자에 영향을 받은 이야기는 해례본 발견 전까지는 유력한 설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최근 주장은 우리나라에 전해오던 구결문자에서 영향을 받지 않았는가에 학계 관심을 쏠려 있는 듯 하였다.

문자는 언어를 기록하는 가장 발달된 도구 중 하나이다. 그러나 그 규칙을 이해할 때만 유용한 것이다. 이 세상에는 잊혀진 문자들이 수없이 많다. 오늘날 실제 잊혀진 문자들이 많다. 라틴어는 그나마 나은 편이고 고대 문명의 발상지에서 발견되는 쐐기문자와 같은 것들은 아직 그 의미 조차 알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고 한다. 그 자체가 암호인 것이다.

얼마 전에 히스토리 채널에 나온 얘기 중 외국의 어떤 이가 남겨 둔 문서가 전부 암호로 구성된 것이 있다고 한다. 고대의 비밀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하는데 현존하는 컴퓨터로도 그 문자의 체계를 알아내지 못해 아직도 미결로 보관 중인 문서라고 한다. 아마도 그 문서의 죽은 저자만이 그 문서를 읽을 수 있을게다.

그리고 조금 다른 얘기를 해 보자.
정부를 비롯한 학계에서 국어종합발전계획이라는 걸 내세우고 있다. 이번 계획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국어 기초 DB구축, 한국어 통합검색 시스템 등과 같은 정보화 기반 구축사업이다.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한글은 가장 늦게 등장한 만큼 잘 만들어진 문자임에는 틀림없다. 반면 기록으로 남기기엔 부적합한 문자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영어로 된 원서를 보면 보통 1권의 페이퍼북으로 된 걸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동일한 책의 번역서는 보통 2권이거나 두께가 좀 더 두꺼운 편이다. 물론 책의 지질이나 문자의 크기만을 얘기하자면 우리나라 책이 휠씬 읽기에 편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웹관련 서적을 보다가 느낀 점인데 확실히 한글은 표기하는데 있어 영어의 2배의 공간을 차지한다. 문자의 형태에서 기인된 것인데 컴퓨터를 영어권에서 만들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글의 한 글자는 2바이트로 구성된다. 자연히 공간을 많이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국내 출판사들이 책값을 더 받으려고 1권짜리 원서를 2권으로 만드는 이유도 있겠지만, 우리 한글을 표기하는데 있어서 문자가 차지하는 공간이 넓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렇다면 같은 내용의 문서를 보관한다면 한글은 확실히 공간적인 면만 고려한다면 부적합한 것은 아닐까? 디지털화한다고 하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컴퓨터의 구성체계를 완전히 바꾼다면 모를까?

위 내용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면 학술적인 근거나 이론적인 바탕에 의거한 내용이 아님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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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 vs 날 보러 와요

  VS   

연극의 흥행요소는 웃기기, 울리기, 벗기기이다.
워낙 열악한 연극판이기에 이러한 흥행 3요소 중 하나 이상을 갖고 있지 못하면 망하기 싶상이다.
 
'날 보러 와요'는 96년부터 일곱 차례나 막을 올려 흥행한 작품이다. 이미 본 사람은 알겠지만, 튼튼한 시나리오, 막강 출연진으로 구성되어 매우 성공한 작품이다. 이 영화의 중요 요소는 웃기기이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다소 충격적인 놀래킴과 연극다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준다. 흥행만을 노리고 만든게 아니라는 암묵적 시위인지도 모르겠다.

2003년 상반기 한국 최고의 흥행작이었던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은 바로 이 연극 '날 보러 와요'에 기반을 둔 작품이다. 이야기 전개 구조에서 이 작품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제작사에서는 그런 연유에 연극 재개봉에 관심을 가졌고 과감하게 투자까지 했다고 한다. 다행스럽게 두 작품 모두 상승 효과를 가져와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살인의 추억'은 송강호와 김상경이라는 두 배우의 힘에 크게 의존한 영화라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 전에 봉준호라는 감독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2000년 감독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는 평단의 호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흥행에는 실패했다. 왜 이 작품을 얘기하느냐 하면.......바로 이 작품도 연쇄 사건을 모티브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기억을 못하겠다고? 주인공 이성재는 시간강사로 거의 놀고 먹는 백수같은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암적인 존재가 있었으니 옆 집의 개 짖는 소리가 싫어서 납치를 하게 된다. 물론 우리의 주인공 이성재는 개를 죽이지는 못하고 아파트 지하실에 감금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날 이후 아파트의 강아지들이 실종되는데........그렇다~ 봉준호 감독의 데뷔작은 연쇄 사건이었으며, 이번 '살인의 추억'도 연쇄 사건이다. 단지 '실종'에서 '살인'이라는 대형 사고를 쳤을 뿐이다. 왜? 감독은 살인에 대한 형사의 쓰라린 추억을 다시 떠올렸던 것일까? 이 영화를 계기로 주요 일간지에 화성 지역의 사건을 재조망한 기사들을 읽어 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그리고 그 점에서 연극과의 차이점이 존재하는 듯 하다.

연극이든지 영화든지 어느 작품을 보아도 내용상의 변화는 없다. 하지만 연극의 그 당시의 시대적 반영과 경찰(세상)을 비웃는 듯한 범인의 심리에 마지막 힘을 기울인다. 하지만 영화는 다소 맥 빠지게 형사의 아픈 기억을 쓰다듬는 것에서 결말을 지어버린다. 조금 편향되게 얘기하자면 연극의 강렬함은 완전평면(?) 스크린으로는 커버하기 힘든 부분이 있을 듯 하다. 3차원 영상을 구현한다면 또 모를까?

동숭아트센터가 연극을 관람하기에 최적의 조건인지는 모르겠다. 다소 비싼 연극값에 싼 자리를 찾았는데 다행스럽게 맨 앞 자리였다. 그런데 너무 앞자리인 것이 조금 탈이었던 것 같다. 무대를 조망하기에는 다소 불편했던 것이다. 연극 무대는 좁으면 좁을수록 관객에게 좋겠지만, 제작자에게는 불리하겠지.

살랑거리는 바람결에 날 보러 가던지, 살인의 추억에 빠져 보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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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블루 2004-07-23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덧붙여...왜 우리나라 영화, 연극 홈페이지는 잠시 머물러 떠나는 곳일까? 영화 홍보가 끝나면 대부분 폐쇄해 버린다. 생각이 나서 연결해 보면 무슨 쇼핑몰 아니면, 포르노 사이트다. 영화 홈페이지 박물관을 만들어 보는 것을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쏴악~~긁어다가 한 곳에 일렬로 정렬~~~~~꽤 괜찮게 만든 홈페이지가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무지 아쉽다.
 
뉴에이스 문장사전
이어령 엮음 / 금성출판사(금성교과서)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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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뉴에이스 문장사전 생각의 뜻을 가진 단어를 얼마나 알고 있나?

 

이 책을 사 볼만한 사람은 그닥 많은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이런게 있었으면 생각했던 사람은 많을 듯 하다. 게다가 편저자와 같은 글 쓰는 인간부류에게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생각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사고(思考), 사색(思索), 사유(思惟), 사변(思辨), 명상(冥想), 묵상(默想), 관조(觀照), 고려(考慮), 고찰(考察), 숙고(熟考), 사료(思料), 사량(思量), 소망(所望), 소원(所願), 희망(希望), 창안(創案), 고안(考案), 궁리(窮理), 연구(硏究), 착상(着想), 착안(着眼), 구상(構想), 구안(具案), 안출(案出), 계획(計劃), 설계(設計), 기억(記憶), 추억(追憶), 회상(回想), 사모(思慕), 애모(哀慕), 연모(戀慕), 각오(覺悟), 결심(決心), 결의(決意), 추측(推測), 추정(推定), 추량(推量), 상정(想定), 상념(想念), 사상(思想), 이념(理念), 의식(意識), 견해(見解), 의견(意見), 의중(意中), 심중(心中), 소견(所見), 의사(意思), 의향(意向), 의도(意圖), 의욕(意慾), 의지(意志), 심산(心算), 심중(心中), 흉중(胸中), 주관(主觀), 주견(主見), 소감(所感), 상상(想像), 구상(構想), 착상(着想), 발상(發想), 연상(聯想), 명상(冥想)

 

어휘력이 풍부하다는 것은 우리말의 구사능력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미안하지만 위에 내용이 이 사전의 내용은 아니다. 이 사진이 추구하는 바는 책 속에 사장(死藏)되어 있는 지식을 바깥에 끌어 내기 위한 것이다. 하나의 단어에 속했던 문장의 단어를 사전식으로 재배열 한 것이다. 어록, 시, 격언, 속담, 고사, 일화, 등등 국내외를 불문하고 편저자의 입장에서 재배열한 것이다. 다만 이 책이 머리말에도 나와 있듯이 이 책은 88년에 출간된 문장백과대사전의 재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섭스레기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편저자의 손길이 다소 덜 느껴지는 탓이다. 오직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아님, 나도 이런 걸 만들었으면 하는 흑심의 발로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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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블루 2004-07-23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허섭스레기를 드디어 써 먹었다. 앞으로 더 써먹을 단어...객쩍다, 아우라, 메타포, 빙충, 깜냥, 심심파적, 에둘러, 톺아보다.....<살인자의 건강법 중에서...>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세트 - 전5권 (무선) 해리 포터 시리즈
조앤 K. 롤링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수첩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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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 불사조 기사단 5형제의 불행한 현실

올 하반기 서점가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이 한글판로 드디어 5권으로 완역 출간되었다. 무척이나 오래 기다렸던 5편이라 성급한 사람들은 영어판을 구해서 읽기도 했다. 일부 초등학생들은 영어 학원에서 공부까지 하며 읽었다는 기사도 났을 정도다.

하지만 나는 처음 해리포터를 샀을 때 처럼 이 책을 사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1편부터 3편까지는 한글판으로 2권씩 나왔다. 아동 서적이라 큰 활자를 사용했다는 것도 이유였지만, 열악한 출판시장을 생각할 때 흔한 일이기에 크게 신경 쓰일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해리포터가 대히트를 치면서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롤링 아줌마가 흥미와 재미를 넘어 문학적인 기품(?)까지 고려 하다 보니 책의 내용이 배로 늘어나게 되었고 국내 출판사도 책 분량을 핑계삼아 4권으로 발간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5권 출판이 거론될 무렵 4권 못지 않은 분량이 될 것이라고 설왕설래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4편이 4권이면 5편은 5권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게시판을 떠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글판이 출시되자 책이 5권으로 구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슬그머니 가격도 올려버린 것이다.

출판사가 간이 팅팅 부워 배 밖으로 나온 것일까? 아니면 롤링 아줌마가 영국 갑부 순위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하여 저작권료를 더 달라고 한 것일까? 속 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이러한 우리 현실을 저자인 조앤 K. 롤링은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렇다고 그 아줌마 보고 '책값을 고려하여 책을 좀 얇게 저며주셔요~' 라고 얘기할 수는 없지 않을까?

문제는 단순한 책 권수와 가격에서 끝나지만은 않는다. 나도 해리포터 5편을 이해도 잘 안 되는 영어로 읽기 보다는 한글로 읽고 싶다. 하지만 매 번 급하게 번역 출간된 서적의 경우 오역이 난무하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 이미 앞서 발간된 1~4권에서도 개정판이 나오면서 조금씩 수정되었다고 하지만 오역된 곳이 잔재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분량도 많은 5권은 얘기해서 무엇하리요. 당장 출판에 급급해서 판수만 늘이고 수정작업이 반영되려면 한 참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수정된 것을 읽으려면 천천히 기다리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망구 내 생각일지 모르겠다. 답답한 마음에 안 되는 영어로 영어판 잡고 동동거리고 있다. 에구~~~~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5형제의 불행한 현실을 조앤 K. 롤링 아줌마도 알아야 한다.
그럴려면 영어부터 공부해야 할까?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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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짱 공부짱
황치혁 지음 / 황앤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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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짱 공부짱-수능에도 웰빙인가?

공부는 잘 하고 싶은데 머리와 몸이 안 따라준다.

 

예전에는 못사는 집안의 아이들이 공부를 잘 했다. 요즘은 잘 사는 집안의 아이들이 공부를 잘 한다. 머리가 안 되는 아이들은 학원이며 과외며 유명 강사를 쫓아다닌다. 몸이 안 되는 아이들은 어른들도 먹기 힘든 각종 보약재까지 먹는다. 비타민이나 영양제는 왠만한 집안의 아이들도 먹는다.

 

아쉽지만 이러한 필요충분 조건이 만족되는 상황에도 모두가 1등을 할 수는 없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닐지 모르지만 현실은 항상 성적순이다. 가끔은 공부는 타고 난 자들의 재능이 아닌가 생각도 한다. 음악이나 운동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이 있는 것 처럼 말이다. 대한민국 0.1%는 그렇게 존재한다. 그럼 나머지는? 반 인원이 30명 내외라면 사실 1등을 해도 그 친구의 실력이 의심된다. 우리 반 1등이 전교 1등이던가? 우리 학교 전교 1등은 전국 1등이던가? 공부에 있어 극한의 경지에 이른 친구가 아니라면 반에서 상위권을 드는 것은 그닥 어려운 일은 아니다. 내게 필요한 조건은 이미 마련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건강하면 공부도 잘 한다. 라는 명제는 이다. 다니엘 학습법으로 유명한 김동환씨도 요통으로 목표로 한 대학에 진학을 못하고 재수를 했다고 한다. 가장 혈기왕성한 나이에 우리 학생들은 책상에 꿋꿋히(?) 앉아 있어야만 한다. 참을 (忍)을 상기하면서 고3 터널을 후다닥 지나가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그래서 왠만한 아픔은 참고 이겨낸다. 병은 남에게 얘기해라고 했다. 혼자 끙끙거리지 말고 고통을 초기에 진압해야 한다. 다소 진부한 얘기를 통계를 거들먹이며 풀어가고 있지만 공부에 도가 튼 한의사가 하는 얘기다. 귀 담아 듣고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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