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6, 거울이다.
2046에는 현재가 없다. 과거와 미래만이 있을 뿐이다.
기무라 타쿠야와 양조위 중 누가 화자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시작은 미래에서 과거로 돌아간 듯 했지만 실은 과거의 양조위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이 기무라 타쿠야였다. 미래의 기무라 타쿠야는 양조위와 동일인이었지만, 과거의 기무라 타쿠야(는 양조위의 연적이었을 뿐이다.
미래와 과거의 모습을 거울처럼 보여주고 있었다. 어느 쪽이 거울에 비친 모습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장쯔이와 양조위가 택시를 타고 왔던 장면은 잠시 후 흑백화면에서 장만옥이 장쯔이의 모습을 대신하고 있다. 어떤 장면이 실제 모습인지, 거울에 비친 모습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장쯔이와 양조위의 제비집 수프를 먹는 장면에서 비춰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장면만은 왼손으로 식사하는 장면으로 나온다. 주인공의 기억이 거울과 같이 비춰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화면을 인물과 배경이 사이좋게 반씩 나눠쓰고 있었다. 커튼이나 벽에 의해 가려진 모습은 다소 답답해 보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사랑한다는 얘기를 하면서도 숨을 만한 곳을 미리 마련해둔 듯 했다. 거울의 이면을 나타내는 듯 하기도 하고, 숨겨둔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등장하는 모든 여인들은 모두 양조위의 연인이었다. 하지만 모두에게 사랑한다고 얘기하진 않았다. 육체적인 사랑도 있었고, 정신적인 사랑도 있었다. 일방적인 사랑도 있었고 함께한 사랑도 있었다. 자기중심적인 인간의 왕자병(또는 공주병) 증세를 고스란히 담가 있다고 할까? 미래의 인물이 사랑하는 대상은 양조위가 마음속으로 좋아했던 호텔주인의 큰 딸 왕정문이다. 안드로이드인 그녀가 왜 기무라 타쿠야와 함께 2046을 떠 날 수 없었던가에 대한 이야기는 이야기의 말미에 얘기된다. 어쩌면 거울에 반사된 모습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였던 것 같다. 이야기는 미래에서 시작해 미래로 끝나지만 그건 단지 양조위의 소설 속의 얘기였을 뿐이다.
양조위 만큼 포마드 기름으로 올린 머리와 날씬한(?) 콧수염이 어울리는 인물도 없을 듯 하다. 그는 왕가위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소품인 듯 하다. 누군가의 일기장을 훔쳐본 듯한 느낌이라 다소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간간히 왕가위 감독의 전작을 연상시키는 장면에 다소 식상할지도 모르겠다. 그게 좋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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