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취재가 있어서 외근을 다녀왔다.
다녀온 곳은 '부띠크 모나코'라는 곳인데 타워 팰리스 주민들이 부러워할만한 곳... 대한민국에서 몇 손가락안에 드는 펜트하우스다. 왜 있잖은가. <올드보이>에서 유지태가 사는.. 그런 멋진 곳.
샤갈, 피카소.. 등 붙인 이름부터가 심상치 않았고 역시나 구조며 인테리어가 멋졌다. (아, 내가 간곳은 모델하우스였다. 분양은 완료되었고 아직 공사중이다. 이 곳은 펜트 하우스 모델하우스라 그런지 여느 모델하우스와는 남달랐다.)
평형대는 다양하긴 하지만 대부분 60~70평형 정도 된다. 약 170 세대 정도가 분양되었으며 강남대로에 이 건물이 세워지게 된다. 그러니 가격은... -_-;;;;
내가 살아본 집들을 살펴보자니 이거 참 이렇게 살아보기도 힘들겠다 싶을 만큼 천지차이다. 화장실이 아래층에 따로 떨어져 있고 겨울이면 수도가 얼어터지는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살아봤고, 쪽방이라 불리기도 하는 속칭 '관 사이즈'라 불리우는 아주 작은 고시원 방에서도 살아봤다. 여러명이서 함께 살며 공동 부엌에 공동 화장실을 쓰는 곳에서도 살아봤다. (뭐야, 나 히피야? -.,-) 그런가하면 80평형대 복층 빌라에서도 살아봤으며, 아담하고 예쁜 단독주택에서도 살아봤고, 제법 폼이 날만한 큰 주택에서도 살아봤다.
그런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나는 오늘 내가 간 곳의 크기에 대해 놀라거나 부럽지는 않았다. 다만 독특하고 컨셉있는 구조와 내부의 기기들, 그리고 인테리어 감각 등에 감탄했다. 외국 인테리어 잡지에 나오는 멋진 집들과 견주어 손색기 없었다.
문득 얼마전에 들은 하나의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나 지금도 부유한 집안을 꾸린 ## 씨, 어느날 이런 발언을 했다가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 어머, 27평에서 애 둘 데리고, 그러니까 4식구가 산다고? 어머어머.. 세상에. 아니 좁아서 어떻게 살아?"
이 말을 들은 다른 모든 사람들(##씨와 같은 환경을 소유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어찌 저런 무지한 발언을 할 수 있는 것이냐며 ##씨를 탓했다. 물론 ##씨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남들 사는데 조금만 관심을 가졌더라도 저런 식의 발언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 ##씨만을 나무랄 것은 아니다. 인간이란 의외로 단순해서 본인이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또 철저하게 무지한 경우가 많다. 어릴때부터 집에 가정교사, 가정부, 정원사, 기사가 딸린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용도별로 차가 있는 집에서 자란 사람은 그런 환경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변에는 대체로 이와 비슷한 환경을 지닌 사람들이 많게 마련이다. 멋지고 커다란 집을 보고 놀라고 감탄하듯이 그들은 그 반대의 경우에 깜짝 놀라는 것이다. (-_-;;;)
어디에서 사는가 하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환경에 지배를 받지 않은 사람이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두 컴컴하고 곰팡이 냄새가 가득한 지하 단칸방에서 촛불 켜놓고 살며 쓰레기가 뒹구는 지저분한 방에서 사는 사람과, 햇빛이 잘 들고 여유 공간이 많으며 적당한 밝기의 조명이 갖춰진 잘 정돈된 방에서 사는 사람의 정서가 어찌 같을 수 있으랴. 비유가 극단적이긴 했지만 그만큼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크다고 다 좋은것만도 아니다. 그 공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이다. 또한 비좁은 공간에서 신음하고 있을 청춘들에게 감히 한 마디 하고 싶다. 육신이 기거하는 공간이 비좁다하여 영혼이 쉴 곳조차 그에 맞춰서 마련하지 말 것. 그러면 정녕 환경에 굴복하는 것이 된다.
영향은 받을지라도, 굴복을 해서는 안된다. 그 영향을 받아들이되 달던 쓰던 자신의 몫으로 안고서 더 나아가 한 걸음 내딛어야만 한다. 그래야, 후에 더 많이 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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