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겼다, 라고 써놓고 보니 과연 즐겼나? 싶긴 하지만..

꽤나 간만에 토요일 답게 보내고 돌아오니 확실히 기분은 좋다. 난 야행성인지라 금요일 혹은 토요일 밤은 대체로 두어시 넘어서까지는 뭔가 해줘야 시원하다. 1년 반만에 만난 동생녀석 S 와 씨지뷔 상암에서 <음란서생>을 봐주시다. 이 영화, 너무 욕심냈다는 것이 거북스럽긴 하나 그걸 만회할만큼 재미는 있다. 밤 11시가 넘은 시각이었음에도 빈좌석은 거의 없었다.

근처를 설렁거리며 걷기에도 좋을만큼 밤공기는 차지 않았다. 정말, 봄이 온것인듯. 아마도 꽃샘추위만 견디고 나면 이제 봄날씨가 계속 될것 같다. 차들로 넘쳐나서 주차를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해야했을 만큼 극장은 사람들로 넘쳤다. 역시, 내가 안오는 동안에도 사람들은 늦은시각 영화를 많이 봤군.

신촌으로 돌아와 출출한 배를 라면과 김밥으로 달래고 오비 큐팩 하나 사들고 와서 마시며 헤헤 거리고 앉아있다. 다가올 한 주간의 고난 떠위는 잊어버리고 신나게 놀았다.

아, 그리고 오늘 외출에는 새로 구입한 와코루의 핑크 스타킹에 더블엠의 새 구두를 신었더랬다. 핑크 바탕에 그린과 오렌지가 멋스럽게 매치된 구두라서 얼마전 백화점 세일에서 건진 물건. 잘 알지 못했던 브랜드라 망설이긴 했으나 신어보니 꽤 괜찮아서 다행이다.

그리고 나를 기쁘게 하는 전화통화 몇 통. ^_^

그러고 보니 낮에는 스팀 청소기로 방도 시원하게 닦아내고, 빨래도 두 번 나누어서 종류별로 돌려놓았으니 꽤 알찬 토요일이었다 하겠다. 내일은 호주 출장 대비, 그 쪽 날씨에 맞는 옷을 꺼내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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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었다. 정말 보고 싶었는데 못봤던 영화 <엘리자베스 타운>.  아직, DVD 출시는 아직 좀 남아 있구나.

심장을 향해 칼을, 그것도 커다란 식칼을 겨누던 주인공이 치유받는 그 과정이 나를 똑같이 흔들어 놓았다. 대사들은 마치 한 편의 싯구처럼 그렇게 흘러서 말로 뱉어지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공기에 흩어지는 그 말을 담고 싶게 했다.

어느 영화제에서 보았다면 아마 자막이 올라가고 난 뒤 혼자 오래도록 기립박수라도 쳤을 것 같다. 혹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떻게 이렇게 대단한 영화가 묻혀버린걸까. 



# 키어스틴 더스트라면 이 영화 전부터 충분히 그 매력에 푹 빠져 있었으나 올란도 볼룸은 아니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뒤에야 그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이토록 멋진 두 배우를 실컷 볼 수 있다니, 행운이다.

클레어 같은 여자가 될 수 있다면 내 인생에서 더는 바랄 것이 없겠다. 나는 내 소중한 사람에게 클레어 같은 여자가 되고 싶다고 중얼거린다. 그 사람에게 길이 되고, 안식이 될 수 있고, 있는 듯이 없으며, 서두르지 않되 놓치지 않는 현명한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되고 싶다, 되고 싶다고... 중얼 거린다.

아버지의 유골을 가슴에 안은 드류는, 아버지의 유골과 함께 42시간의 여행을 하며 울고 웃고, 클레어가 직접 만들어 준 특별한 지도와 음악으로 스스로를 치유해 나간다.

드류의 아버지 장례식은 <원 나잇 스탠드> 이후 최고로 멋진 장례식이었다. 그 장례식 장면만 해도 이 영화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다.

아마도 나는 이 영화를 보지 못한 지인들을 위해 DVD 를 몇 장이라도 사서 하나씩 선물할지도 모르겠다. 나를 미치게 하는 이 영화.

미국이란 나라에 대해서 경탄했던 단 한가지는 저, 넓은 땅덩이. 그리고 자동차 여행이었다. 나도 나중에 혼자 자동차와 나만 있는 그 시간들을 가져보고 싶다. 42시간이 아니라 그 보다 더 오랜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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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6-02-25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를 보지 못한 지인:

저엽!! ^_^o-

이리스 2006-02-26 0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군 / 오호, 내 너에게는 특별히 공시디에 구워서 주마 ㅋㅋ

mannerist 2006-02-26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주기만 해~ 봐라 아~ 오지야요 너덜너덜 내마음은 걸레가됐시요~~~

(오데로 갔나~ 에 맞춰 불러주세요)

몰아내자! 불법복제!! ^_^o-

이리스 2006-02-26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걸레가 된게냐 ... -_-;;;

mannerist 2006-02-26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것두 날근궐뤠~ -_-v

이리스 2006-02-26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비로그인 2006-03-01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이 영화 너무 보고싶었는데, 때를 놓쳐서 보지 못하고 대본만 사들고 앉았습니다.

이리스 2006-03-01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시나리오는 어디서 구입할 수 있는지요??
 

 

 

 

이 음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어스름한 밤, 야경이 보이는 창가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한 잔의 와인을 기울이며 함께 듣기에 200% 어울린다고 해야할까? 말랑하면서 촉촉하고 또 포근하니... 뭐, 아니면 혼자 방에 누워 표지의 여인같은 포즈로 나른한 기분에 푹 빠지는 것도 좋겠다.

빡빡한 스케줄 따위는 완전히 잊어버리고 흔들흔들, 기분좋게 몸을 움직이며 가볍게 춤추고 싶구나. 어째 이게 들을수록 점점 권주가로 들리는 것인가! 같이 한 잔 하자고 강렬히 유혹하는구나, 음반이.

에, 작업용 음반 리스트라도 만들어둘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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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6-02-26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업할 때 어떤 음반이 좋던가요? ^^

이리스 2006-02-26 0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 ㅋㅋ 어머 그런것은 ..오호호호호~

 

발도장 검사하려고 주문 한건 절대! 아니다. -_-;;;

문학동네 46호 - 2006.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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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구치 이치요 지음, 박영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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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적립금도 다썼군. 흠흠..

이번에는 만화들이 많으니 비닐 랩핑 되어서 올테고 3권 정도만 살피면 되겠다.

뭐, 대책을 세우고 주의하겠다고 나름대로의 공지문까지 떴으니 괜찮겠지? 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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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25 18: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리스 2006-02-25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넵, 감사합니다아~ ^^
 

만두님 따라서 해본거~

나는 이탈리아에 거주하고 있는 ' 죽어도 좋아의 시칠리아 민박집짱' 21세 펭귄이다.
오늘 하늘이 올리브 그린인게 왠지 기분이 포근하다.
난 I DO를 흥얼거리며 엿으로 손질한 머리를 매만져주고 별다방를 향했다.
" 우어어어!!!!!!!"
날 알아본 인디고들이 소리를 질러댄다. 크흐흐..
우아하게 눈으로 껴안기를 한번 해주고 돌아섰다.


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나에게 반해 픽픽 쓰러지는게 안봐도 눈에 선하다.
이놈의 인기는 사그러 들질 않는다니까. 정말이지, 으악.
별다방 안으로 들어오니 우리 별다방 얼짱 헤니가 나에게 인사한다.
내가 무시하고 그냥 지나치자, 헤니가 날 눈으로 팍치며 말한다.
" 펭귄.. Ti amo~. 이런 내 맘 아직도 모르겠니?"
나를 보는 헤니의 눈에서 금방이라도 향수이 흘러 내릴 듯 하다.


"나만 바라봐 줘. 나만큼 너와 잘 맞는 사람은 없어. 와인, 인형, 열쇠. 내가 딸리는게 뭐야?"
♪ 니 곁엔 내가, 내 곁엔 니가~
그 순간 우아한 음악이 별다방안에 흐른다.
난 헤니의 눈을 눈으로 꾹 누르며, 대뜸 발가락을 들이밀고 말했다.
" 크흐흐. 딸리는게 뭐냐고? 넌 너무 너만 귀한줄 알아!∼"
헤니가 얼굴을 붉히며 뛰쳐나간다.
감히 얼짱 헤니를 거부하다니, 역시 펭귄라고 아이들이 부러운 눈길로 팔짱낀다. 크흐흐..
헌데 내 마음속은 너무나도 심란하다.
헤니에겐 미안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건 헤니가 아니다.


내 마음속엔.. 아주 오래전부터 꼴값가 있다..
꼴값.. 널 처음 본 그 순간부터 난 너만 생각하고 너만 사랑하는,
이렇게 꼴값 너 밖에 모르는 사람이 되었어.
나는 꼴값를 떠올리고서 조용히 말했다.
" 타는 냄새가 나지 않아요?.."

나의 눈에선 미지근한 향수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The End-


따라하실 분은 여기서.. http://myhome.naver.com/dldirl022/

대략.. 너무 황당해서 웃다가 뒤로 넘어갈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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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2-25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향수는 나아요~ ㅋㅋㅋ

이리스 2006-02-25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그런가요? 저는 '죽어도 좋아' 시칠리 민박집 짱.. 이라는 것이 최고로 마음에 듭니다. 으하하하하~

파란여우 2006-02-25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어도 좋아~ 페드라!!!
아주 좋다가 향수라는 말에 갑자기 냄새 생각이...흐흐

이리스 2006-02-25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 / ㅋㅋ 페드라!!!

검둥개 2006-02-26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제 것보다 더 제미있어요. ^^ 펭귄 부분이 특히 ㅎㅎㅎ

이리스 2006-02-26 0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 / ㅋㅋ 그래요? 저도 저 부분이 꽤 마음에 들어요. 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