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었다. 정말 보고 싶었는데 못봤던 영화 <엘리자베스 타운>.  아직, DVD 출시는 아직 좀 남아 있구나.

심장을 향해 칼을, 그것도 커다란 식칼을 겨누던 주인공이 치유받는 그 과정이 나를 똑같이 흔들어 놓았다. 대사들은 마치 한 편의 싯구처럼 그렇게 흘러서 말로 뱉어지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공기에 흩어지는 그 말을 담고 싶게 했다.

어느 영화제에서 보았다면 아마 자막이 올라가고 난 뒤 혼자 오래도록 기립박수라도 쳤을 것 같다. 혹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떻게 이렇게 대단한 영화가 묻혀버린걸까. 



# 키어스틴 더스트라면 이 영화 전부터 충분히 그 매력에 푹 빠져 있었으나 올란도 볼룸은 아니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뒤에야 그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이토록 멋진 두 배우를 실컷 볼 수 있다니, 행운이다.

클레어 같은 여자가 될 수 있다면 내 인생에서 더는 바랄 것이 없겠다. 나는 내 소중한 사람에게 클레어 같은 여자가 되고 싶다고 중얼거린다. 그 사람에게 길이 되고, 안식이 될 수 있고, 있는 듯이 없으며, 서두르지 않되 놓치지 않는 현명한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되고 싶다, 되고 싶다고... 중얼 거린다.

아버지의 유골을 가슴에 안은 드류는, 아버지의 유골과 함께 42시간의 여행을 하며 울고 웃고, 클레어가 직접 만들어 준 특별한 지도와 음악으로 스스로를 치유해 나간다.

드류의 아버지 장례식은 <원 나잇 스탠드> 이후 최고로 멋진 장례식이었다. 그 장례식 장면만 해도 이 영화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다.

아마도 나는 이 영화를 보지 못한 지인들을 위해 DVD 를 몇 장이라도 사서 하나씩 선물할지도 모르겠다. 나를 미치게 하는 이 영화.

미국이란 나라에 대해서 경탄했던 단 한가지는 저, 넓은 땅덩이. 그리고 자동차 여행이었다. 나도 나중에 혼자 자동차와 나만 있는 그 시간들을 가져보고 싶다. 42시간이 아니라 그 보다 더 오랜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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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6-02-25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를 보지 못한 지인:

저엽!! ^_^o-

이리스 2006-02-26 0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군 / 오호, 내 너에게는 특별히 공시디에 구워서 주마 ㅋㅋ

mannerist 2006-02-26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주기만 해~ 봐라 아~ 오지야요 너덜너덜 내마음은 걸레가됐시요~~~

(오데로 갔나~ 에 맞춰 불러주세요)

몰아내자! 불법복제!! ^_^o-

이리스 2006-02-26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걸레가 된게냐 ... -_-;;;

mannerist 2006-02-26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것두 날근궐뤠~ -_-v

이리스 2006-02-26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비로그인 2006-03-01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이 영화 너무 보고싶었는데, 때를 놓쳐서 보지 못하고 대본만 사들고 앉았습니다.

이리스 2006-03-01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시나리오는 어디서 구입할 수 있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