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식사 도중에 전화를 받았다.

원희가 떠났어.. 원희가 갔어.. 통조림을 여섯개 사뒀는데..

아버지가 쓸쓸하게 웃었다.

원희는 피를 토하고, 방안 곳곳에 피를 토하고 나서 그렇게 떠났다.

마지막도 지켜주지 못하고 나는. 눈을 감던 그 순간까지 얼마나 무섭고 아프고 힘들었을까. 내가 곁에 없어서 서운하고 슬펐을까. 미안해, 원희야.

좀처럼 집에 디카를 갖고 가지 않았던 내가 지난 4월 7일, 결심이라도 한듯 디카를 갖고 집에 갔었고 그 때 담아온 모습이 원희의 마지막 모습이 되었다. 13년을 살다가 간 원희.

암때문에 동물병원에서 안락사 시키라고 2년 전에 말했을 때, 나는 단호히 거부했다.

그리고 2년을 더 살다가 떠났다.

피를 몹시 토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나서, 자책감에 빠졌다,.

사실 그 2년간 건강했던 것은 아니다. 노안 때문이긴 했으나 백내장과 녹내장이 같이 와서 시력을 거의 상실했으며 이도 대부분 잃었다. 구토를 일상적으로 했던 원희. 그렇게 떠나갔다.

4월 7일, 원희를 마지막으로 봤던 날, 그날 평소와 다르게 디카로 사진도 찍었고

평소와 다르게 원희를 꽤 오래 안아주었다.

 

사랑한다. 원희야.

내가 말야, 혹시.. 딸을 낳을 수 있다면, 딸을 낳게 된다면 꼭 원희라 이름 지을게.

누가 뭐라 하건, 비웃건 그런것 따위 상관없어.

혹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그 때도 내곁으로 다시 와줄래, 내 곁이 좋았다면...

널 더 많이 사랑해주고 더 많이 안아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널 혼자 두고 지냈던 시간들, 정말 미안해. 넌 혼자서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

내가 올 때까지 사료 한 알 안먹고 혼자 웅크려 있던 널 알면서

나도 힘들어서 그랬어. 그 땐 너무 힘들어서 널 돌보지 못했어.

못났던 나를 용서해 줄 수 있니.

 

좋은 곳에 가 있지? 떠나는 마지막 순간에 함께 있어 주지 못해서 미안해.

네가 아팠을 생각에,못난 나는 그저 미안해서 어쩔줄 모르면서 그 맘을 너에게 어찌 전할지도 모른단다.

 

사랑해, 원희야.

널, 내가 살아있는 동안... 언제까지나 기억할게.

넌 언제까지나 내게, 예쁜 아가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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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rain 2007-04-26 0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닥토닥...ㅜ.ㅜ
좋은 곳으로 갔을 거여요.

2007-04-26 0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7-04-26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낡은구두님. 좋은곳으로 갔을거예요. 그리고 원희는 살아있는 동안에도 행복했을 겁니다. 낡은구두님과 함께 보낸 시간들이 말이죠.

춤추는인생. 2007-04-26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많이 아파하다 갔군요. 원희가 좋은곳으로 갈수 있도록 기도할께요 님
힘내세요...

무스탕 2007-04-26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든 마지막이었지만 원희는 분명 행복하게 갔을거에요.
그리고 다음에도 꼭 낡은구두님 옆으로 올거에요. 좋은곳인걸 알기에요..

Mephistopheles 2007-04-26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가 뭐라 하지도 않을 뿐더러 비웃지도 않을 껍니다..
(뭐라 그러거나 비웃는 사람은 제가 혼내줄께요.)
개는 인류의 영원한 친구잖아요.. 상심이 크시겠지만 그래도
낡은구두님의 좋은 추억의 한자리를 차지한 원희잖아요..^^
기운내세요..^^

비로그인 2007-04-26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휴... 상심이 크시겠어요.
저도 집에 9년쯤 된 녀석이 있는데,
확실히 예전같지 않다는 걸 느끼죠. 너무 슬퍼마셔요, 구두님...

해적오리 2007-04-26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옆에 있음 꼬옥 안아주고 싶네요. 토닥토닥...

2007-04-27 0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7-04-27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슬프네요. 이제 더이상 안 아픈 곳으로 갔을테니 맘푸셔요. 저도 토닥토닥.

이리스 2007-04-28 0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격려해주시고 위로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제, 원희 꿈을 꿨어요. 잘 지내고 있더군요... 꿈에서였지만 마음이 놓였어요.
안녕, 원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