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지기가 늦게 들어와서 통장 확인하란다.
아니나 다를까
돈이 들어와있다.
적은 돈도 아니다.
옆지기와 내 명으로 들어온 돈
89만여원, 둘이 합치면 180만원쯤 되는 큰 돈이다.
내 돈인것 같으면서 아닌돈.
교원 성과급이다.

성과급의 차등화 자체를 반대해 왔으니,
뭐 내일 바로 분회장 통장으로 입금해야 한다.
아깝다는 생각보다도 참 난감하다.
교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차등적으로 지급된 돈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큰 돈이지만
이것이 나의 교사로서의 한해 동안의 노력을 평가하는거라면 사실 웃기는 돈이다.
나의 등급? 옆지기도....
 A B C 중에 C등급이다. 한마디로 능력부족, 노력부족이라는 소리가 돼버린다.
그렇다고 내가 진짜로 C냐고?
그건 알 수없다.
어차피 이 돈은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거의 호봉순으로 책정되는 등급에 의해서 지급된다는걸 알기 때문에....

교육이란게 무슨 판매왕도 아니고,
실적이 바로 바로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하여튼 갑갑하다.

근데 내가 보기에 더 난감한 건 이 돈을 모으는 전교조쪽일거 같다.
많은 교사가 성과급의 차등지급을 반대해서 성과급의 반납에 동의했다.
이 엄청난 돈을 모아서 전교조는 어찌할 것인가?
교육부야 어차피 죽었다 깨나도 반납을 안 받아줄 것이고,
그렇다고 이 난감한 돈을 언제까지 꿰차고 있을 수도 없을 것이고,
그래서 결국 원래의 교사들에게 돌려준다면 패배일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는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보일거고.....

어젯밤에 옆지기와 농담으로 전교조가 이 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한가지 생각을 하긴 했는데....
별로 받아들여질 것 같진 않다.
뭐 그래도 말이나따나 한 번 해봐야지 하면서 웃고 말았다....

돈이 생겨도 난감한 때가 있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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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09 0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6-08-09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엄청난 돈을 전교조의 이름으로 각 학교급식개선에 쓰는 건 어떨까요..^^

2006-08-09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호인 2006-08-09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주세여. ㅎㅎㅎ, 농담해서 죄송합니데이~~~ 님들은 심각할 텐데.....
전교조에서 대책이 있지 않을까여? 무조건 돈만 받아놓지는 않았을거라 생각합니다. 입금받은 돈의 이자만 하더라도 엄청날 텐니까여.

바람돌이 2006-08-09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07:50 속삭인님/이런 꼭두새벽에 댓글을..... 어쨌든 교사사회에서는 성과급의 부당성이 공유되어있으니까 반납은 꽤 될거에요. 저희 학교만 봐도.... 제 생각은 어쨌든 지금 현실은 아니지만 학교라는 공간은 경쟁이 아니라 협력과 공동체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인간을 교육한다는게 어디 혼자힘으로 될 수 있는건가요. 그런데 정부는 갈수록 학교에 경쟁논리를 더 주입시키지 못해서 안달이니... 경쟁은 지금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할 지경이구만요.
메피스토님/좋은 생각!!! 하지만 제가 좋은 생각이라고 동의할 수 있는건 맞벌이 부부이기때문입니다. 학교에는 혼자 벌어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교사들도 여전히 많습니다. 그러기에는 교사월급은 여전히 많은게 아닙니다. 모 기업에 다니는 저의 남동생이 얼마전에 저의 연봉을 묻더군요. 동생은 입사 5년이 채 안됐습니다. 그 때 초봉이 저의 초봉과 비슷했었죠. 근데 동생왈... 선생 10년차나 됏으면서 어째 나보다 그리 작냐였습니다. 전교조 역시 님과 같은 생각을 해보지 않은 건 아닐겁니다. 하지만 반납교사가 조합원보다 비조합원이 더 많은 현실, 그리고 맞벌이가 아닌 힘들게 생활을 꾸려나가는 교사들에게 저 돈은 그렇게 작은 돈이 아니라는것. 아마 이런 상황들을 다 고려해야 하는게 참 힘드리라 생각됩니다. 개인의 입장과 조직의 입장에서의 고민수준이 다르겠지요.

바람돌이 2006-08-09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17 속삭인님/아 그런 사정이.... ㅠ.ㅠ 저 개인적으로는 교원평가 맘에 전혀 안들지만 지금 현재 상황에서는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속에서 그 평가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전교조가 대안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부모 평가에 대해서는 저는 전혀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학교에 오는 학부모들 대부분 공부잘하고 살만한 부모들이 대부분이죠. 그 엄마들의 관점, 오로지 내 자식만 유리하면 된다라는 그 사고 방식 끔찍할 정도로 많이 봐왔습니다.
전호인님/님이 불우이웃이라면 생각해보지요. ^^전교조도 뭔가 생각은 있겠지만 그게 뜻대로 안될 가능성이 많으니 난감하다는 거겟지요. ^^;;

국경을넘어 2006-08-10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번 공무원 노조에서 성과급 투쟁할 때 전교조처럼 반납 투쟁을 전개했습니다. 그런데 그걸 정부에서 그냥 가져가 버렸습니다. 국고로 환수해버렸답니다. 이미 그건 정식 급여가 아니기때문에 반납의사를 표명했기때문에 그냥 당국이 수용해도 된다는 거죠. 만일 그리되면 어쩔 건지 이야기가 없네요.

성과급은 정말 말도 안되는 거죠. 특히나 교직 사회에서. 교육을 어찌 계량화한다는 건지. 그래서 대부분의 학교가 호봉이나 경력으로 등급을 나누지 않던가요? 정말 '연구 수당화' 쟁취를 대안으로 갈 때 성과급을 국민들을 위해 쓰는 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지금은 솔직히 말해서 성과급 늦게 받기 투쟁이죠. 이미 반납해도 나중에 다시 돌려받는다는 게 잠정적으로 깔려 있죠. 이런 시나리오는 이제 먹히지 않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정말 이걸 깨려면 성과급을 버리는 투쟁이 낫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성과급을 절반으로 나누어서 남과 북의 큰 물 피해에 돕도록 수재의연금 내는 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그냥 지금 상황은 안봐도 비됴... 그렇게 이야기는 않지만 지금은 머리 디밀기 투쟁이란 생각이 듭니다. 된다와 안된다 투쟁. 별로 전교조에 득이 안되죠. 성과급을 국민에게. 너무 허황된 이야기인가요? ^^*

바람돌이 2006-08-10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폐인촌님/사실 저도 님의 생각과 같습니다. 근데 이게 현실성이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 전교조라는 조직이 90년대 초까지의 지사적 조직이었다면 가능하겠지요. 근데 지금은..... 옆지기는 빠질 사람은 빠지고 해도 이런 식으로 성과급 투쟁을 진행한다면 그래도 적은 숫자는 아닌 사람들이 동참해줄거라고 하긴 하던데.... 막연한 추측이죠.

2006-08-10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