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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자살 여행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11월
평점 :
한 때는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하거나 하는 사람들을 경멸했었다.
하지만 그런 경멸이 내가 세상을 그리고 산다는걸 얼마나 쉽게 생각한 결과였느지를 아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가 절실히 이루고 싶은 일이 있는데 뜻대로 안될때....
그것이 3년간 죽을 힘을 다해 더 이상 쓸 힘이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되어질 때....
어느쪽을 보아도 희망이 보이지 않을때...
남들이 보기에는 뭐 그깐 일로 싶기도 할테고, 또 죽을 정도로 괴로우면 그런 각오로 노력하면 될 것 아니냐고 옛적에 내가 잘 날리던 멘트를 날리겠지만...
절망은 참 순각적으로 찾아오곤 했었다.
핀란드라는 나라. 퍽이나 생소하고 머나먼 나라이다.
그래도 이 나라에 대해 떠오르는건 우리보다 훨씬 사회복지가 잘 되어있는 나라라는 이미지이다.
그래서 어쩌면 이 나라에 그토록 자살인구가 많다는건, 하루하루 생존에 이 악물고 버텨야하는 대한민국에선 이해하기 힘든 일면이다.
흔히 하는 말로 호강에 받쳐 요강에 똥싼다고나 할까?
하지만 절망이 경제적인 면에서만 오는건 아니지 않은가?
인간의 절망은 그 인간의 숫자만큼 다양한 것일게다.
그래서 부자도 절망하고 가난한자도 절망하고....
하는 일마다 실패하고 결국 혼자가 된 남자 하나와 자신의 존재의미가 사라지고 사랑하는 사람까지 잃은 남자 하나! 이 둘의 만남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둘이 만나지 못했더라면 아마도 이들은 둘 다 그냥 쓸쓸히 죽어갔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늘 자살을 꿈꾸면서 하루 하루 절망하면서 살아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두사람은 서로 만남으로써 자신의 고통을 같이 아파하고 쓰다듬어줄 동지를 만난걸게다.
자살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 둘은 핀란드 전체에서 자신들과 같은 사람들을 모아 서로의 절망을 같이 공유해볼 기회를 가지자는데 합의한다.
그리고 핀란드 전국 각지에서 모인 자살희망자들의 기발한 여행이 시작된다.
그들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노르웨이 끝의 북극해로, 스위스로 유럽의 끝 포르투갈로 온 유럽을 헤매고 다니면서 갖가지 사건들을 겪게 된다.
글은 그들 한 사람 한사람의 내면을 다 따라가지는 않는다.
그저 그들이 도달하는 갖가지 상황에서 사람들의 반응을 따라갈 뿐이다.
그것들은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초라하고, 또 때로는 연민을 자아낸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그들의 그 코믹한 반응, 상황이 경멸스럽지는 않다.
그들이 삶과 죽음의 경험을 같이 나누는 여행을 통해 마음의 안식과 기댈곳을 찾아가는게 그저 다행스러울 뿐이다.
사람들마다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는 방법도 가지가지인걸 보면 한편으로 웃음이 나오지만 그래도 "맞아 그게 인생이야"라고 식상한 말을 중얼거리게 된다.
절망이 절망인건 희망이 안보여서도이긴 하지만 그 절망을 이해해주고 아파해 줄 단 한사람이 없어서이기도 할 것이다.
내가 힘들고 절망스럽다고 생각했을때 늘 변함없이 내 곁을 지켜줬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봐진다.
그들에게 감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