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년의 눈물 - 서경식의 독서 편력과 영혼의 성장기
서경식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 2004년 9월
평점 :
제목이 왜 소년의 눈물일까 생각했다. 그의 가족사야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그래도 어릴때라면 그런 아픔이 생기기 이전일텐데 말이다. 책을 덮은 지금 그의 영혼이 흘려왔을 눈물이 내 가슴속에도 흐른다. 표지의 소년의 몸을 수놓는 꽃잎같은 눈물이.... 여기의 꽃잎은 동백꽃을 닮았다. 채 시들지도 않고 목이 부러지듯 뚝뚝 떨어지는 그 꽃잎....
어머니께서 나를 아끼고 사랑한다는 사실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지만 이따금 "언젠가 진짜 부모님이 나를 데리러 오시지 않을까?" 몽상했다. 내가 꿈꿨던 '진짜 부모님'은 동화속에 등장하는 부자나 귀족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일본인이었다. 겨우 일고여덟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가 어떻게 그런 몽상을 했던 것일까?
누구나 저런 꿈을 한 번씩 꿀게다. 저런 생각은 그냥 통과의례다. 하지만 그가 지적했듯이 누구나 저런 꿈을 꾸지만 동경하는 진짜 부모의 상은 소공녀 소공자 속에 나오는 부자나 귀족같은 것일게다. 저 어린 나이에도 뭔지 모르지만 자신이 자신의 가족이 다른 이들과는 다르다는걸 느꼇던 것일까? 어린 서경식 - 소년의 가슴 깊은곳에 자신도 모르게 숨어있었을 그 아픈 마음이 역사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나라에 사는 나의 아픔이 되어온다. 머리가 아는걸 가슴이 알지 못했음을 깨닫는 순간이다.
이 책은 다른 독서기 처럼 그저 어떤 책을 읽었고 그 책이 어떠했다는 그런 기록이 아니다. 책 이야기보다는 책을 통해 돌아보게 되는 저자의 어린시절 성장일기이자 동시에 그의 가족사라고 하는게 맞을거다. 그의 가족이 일본으로 이주하게 된 것도 식민지 조선의 아픔이었지만 그래도 조국이라고 찾은 이 나라가 그들 가족에게 한 짓은 차마 부끄럽고 미안하여 말하기도 힘들지경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세상을 믿고 사람을 믿고 이땅에 뿌리박아 살려하는 그의 막내형이 이 글을 읽는 내내 겹치는것은 어쩔수 없었다. 이 나라는 그와 그의 가족에게 지웠던 고통과 짐을 어떻게 벗어낼 수 있을까?
책은 책과 함께한 그의 어린시절. 가족이야기, 소소한 연애 이야기, 학교 이야기 등등 가볍다면 가벼울수 있는 주제들을 하나하나 가벼이 어루만지듯 얘기하지만 나는 이 나라가 그들에게 지운 역사의 짐이 무거워 내내 힘들어하며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 소년의 눈물은 이제는 누군가가 닦아줬을까? 아니면 아직도 소년의 그 동백꽃잎처럼 처연히 떨어지던 눈물은 계속되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