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폴리스 1 -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
마르잔 사트라피 지음, 김대중 옮김 / 새만화책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빨간 색 표지안에서 소녀는 입을 앙 다물고 나도 할말이 있어요라고 얘기하는 듯하다. 그 소녀는 이란의 모든 소녀이자 작가인 마르잔 사트라피이기도 하다.

1980년 이란 근본주의자들에 의해 왕정이 무너지고 혁명이 일어났을 때 그녀는 10살이었다. 그 언저리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4년후 부모에 의해 유럽으로 피신당하기 전까지의 이란에서의 어린시절을 얘기한다.

동시대를 산 그녀의 어린시절은 나의 어린시절과 오버랩된다. 1980년 13살 내가 꾸는 악몽은 광주에 쳐들어온 북한군이 내가 사는 곳까지 쳐들어오면 어떻게 될까라는 거였다. 아무리 온나라가 시끄러워도 시골구석의 어린 나에게는 아무런 상관없는 막연한 악몽의 소재일 뿐이었다.

하지만 마르잔의 어린시절은 혁명의 한가운데로 모든 생활이 휩쓸려 들어간다. 마르잔이 자랑스러워하는 삼촌은 이슬람 혁명 이후 감옥에서 사형당하고 이란 이라크 전쟁으로 바로 옆집이 폭격당해 옆집사람들이 한꺼번에 몰살당하고 가까운 친구의 아버지가 전쟁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하고....폭력은 그녀의 일상까지도 침범해 길거리에서 청재킷과 달라붙는 바지를 입었다고 어딘가 알지못하는 곳으로 잡혀갈뻔 하기도 하며, 차도르를 거부하는 엄마는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폭언과 모욕을 당하고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도 그녀는 이 글에 나오지 않는 대다수의 이란 아이들보다는 운이 좋은 편이다. 중산층 이상의 경제력을 갖추고 왕정에 반대하며 동시에 이슬람 근본 혁명에도 반대하고, 딸을 자유롭고 독립적인 인격체로 존중해주는 부모를 만났으니 말이다. 그녀처럼 운이 좋지 못했던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삶을 이어갔을까? 그녀처럼 부모에 의해 유럽으로 피신할 기회를 가질 수 없었던 다른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은 주입된 환상에 의해 군대에 끌려가 총알받이가 되었을 것이고, 또 어떤 여자아이들은 차도르 속에 자신의 모든 꿈과 희망을 감추어야 햇을 테고...

그럼에도 이 책은 암울하지 않다. 그런 땅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살아가고 있고 마르잔 같은 아이들은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저항하며 자신의 삶을 지켜나가고 있다. 이건 그런 이란 사람들의 얘기다. 눈물과 슬픔과 한숨만 있을 것 같은 땅에서 삶의 희망은 여전히 존재하며 그런 희망이 되는 사람들 말이다. 마르잔이 보여주고 싶었던 이란도 사람이 살아숨쉬는 그런 이란이 아니었을까?

2부는 언제쯤 나올지 손꼽아 기다려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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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6-02-04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너무 부지런하시잖아요. 잘 읽었습니다. ^^

바람돌이 2006-02-04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urblue님 이 책 재밌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