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린이 엄마 미안해... ( 2004.11.29 12:52 )
 
 
모처럼 온 가족이 결혼식을 핑계대고 외출을 해서 찬바람을 쐬면서도 즐겁게 놀다가 돌아온 집에서 예린이가 갑자기 처진다.
엄마가 '해신'을 못봤다며 보고 있는데 예린이가, "엄마 무서워, 딴것 보고 싶어"(격투신이었다, 예린이 무지무지 싫어한다. 이건 너무 마음에 드는 성격이다^^) 해서 아기 비디오를 켰다. "힘들어서 허리가 아파"(아빠의 영향이다ㅡㅡ;) 하며 눕는데, 얼굴을 보니 발갛게 상기되어 있다. 열도 제법 있다. 엄마가 포대기를 하고 업고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새근거리며 잔다. 해아도 마침 이리저리 비틀대며 잠오는 눈치라 온 가족이 누웠다. 그리고 모두 잠들었다. 엄마만 빼고.
얼마간 잤을까. 예린이의 울음소리에 잠이 깼다. 기침을 무척 심하게 하면서 운다. 가서 "예린아 아빠 여기 있어"하는데 열이 장난이 아니다. 순간 해아도 불편한지 칭얼거린다. 엄마를 불러서 예린이를 엄마에게 맡기고 해아를 달랜 후 예린이에게 해열제를 먹였다. 그리고 체온을 재니 38도 1분, 생각보다는 열이 낮아서 안심이다.(39도까지는 이제 단련되어 우리 스스로 응급처치를 한다.) 하지만 열에 상기되어 쌔근대는 아이를 보는 것은 너무 맘이 아프다. 머리속으로는 목이 부어서 열이나고 기침이 나는거겠지(실제로 진찰결과 그랬다) 하면서도 저렇게 힘들어하는 애기를 보는 맘은 그냥 '아프다'. 어느정도 진정이 되고 예린이가 잠을 깼는지 푸우를 보고 싶다고 한다. 푸우를 보는 동안 열이 많이 내려 안심을 하면서 같이 잠들었는데, 새벽에 몇번이나 예린이의 기침소리에 잠이 깨었다. 물론 비몽사몽간에. 다행히 별일없이 아침이 되었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아침에 병원에 데리고 가야하는데, 장모님은 오늘 애기를 셋을 봐야한다. 그렇다고 아픈 애를 저녁에 병원에 데리고 갈 수는 없고, 하는 수 없이 학교에 전화를 했다.(내가 수업이 없으니) "애기 때문에 좀 늦겠습니다'는 말을 교감선생님께 하는데, 참 말로 표현하기 힘든 느낌, 어쩔 수 없는데도 내가 뭔가를 잘못한 느낌.....
애기 때문에 조퇴를 하거나 늦을 때, 눈치 보이는...(난 두번째인 것 같다)
순간 예린이 엄마에게 참 미안했다. 1년 내내 병원을 달고 사는 애들을 대부분 집과 가깝다는 이유로 예린이 엄마가 병원을 전담했는데......
그래서 오늘 아침은 좀 여유있게 예린이 엄마에게 대했더니, 눈치 빠른 이 아줌마 왈 "오늘 아침은 왜 이렇게 친절하지요" 한다. 여튼 눈치하고는.....
아이 키우는 일이 모두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려져 있는 이 구조에서, 조금이라도 함께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린이 엄마 미안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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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럼에도 이후 아이들의 병원뒤치닥거리는 여전히 나의 일이었다. 쩝!!! 지금 시간이 새벽 1시가 넘었건만 술먹는다고 들어올 생각도 안하는구만... 에구 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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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6-02-04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웅...염장이어요....울 신랑도 저렇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살아야 하는데......

urblue 2006-02-04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미안한 마음을 갖는 것과 실제로 변하는 것은 다른 걸까요? 그래도 좋은 남편/아빠 맞지요? ^^

바람돌이 2006-02-04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아마도 남편들이 대부분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지는 않을까요? 근데 항상 고 실천이 문제라죠. ^^
urblue님/먼저 미안한 마음을 갖고 그 다음은.... 실제로 변하는건 몸이 고달파져야 하고 상황이 따라줘야 하고.... 뭐 그런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