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하는 그림들
이주헌 지음 / 예담 / 2004년 12월
절판


이주헌씨의 그림 이야기는 항상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어 좋다. 그렇다고 그가 아무 생각없이 무조건 착해라 착해라 늘어놓지는 않는다. 어려움과 고통을 얘기할 때도 그에겐 진한 삶의 냄새가 배어나온다.
이 책 역시 지난번에 읽은 <그림속 여인처럼 살고 싶을 때>처럼 두고 두고 조금씩 아껴가며 읽었다.

이 리뷰는 인상적이었던 그림 몇 점과 그에 대한 이주헌씨의 글 소개로 편하게 쓰기로 하자.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영원한 열정> 1885. 캔버스에 유채

그림의 중심 인물인 존 쿠드는 당대의 저명한 조류학자로 새에 관한 온갖 비밀을 밝혀냈습니다. ... 어른이 되면 많은 사람이 세상살이에 익숙해져서 새롭고 낯선 것에 대해 그다지 궁금해하거나 신기해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은 이들은 결코 호기심의 끈을 놓지 않지요. 그들은 끝내 새로운 경지를 개척합니다. 존 쿠드처럼 말이지요. 존 쿠드의 침대를 둘러싼 아이들은 그런 점에서 이 노학자의 진정한 친구들입니다. (25-26쪽)

윌리엄 퀼러 오처드슨의 <아기 도련님> 1886, 캔버스에 유채

이 그림에서 우리는 영혼의 에너지를 그렇게 풍족히 쌓아가는 한 아기를 봅니다.....바로 그 완전한 만족과 행복이 아기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길에서 시작됨을 이 그림에서 우리는 분명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어머니의 다정한 눈빛이.... 영원히 꺼지지 않도록 하는것, 그것이 우리 모두의 가장 크고 아름다운 사명일겁니다.(31페이지)

윤석남의 <어머니:딸과 아들> 1992, 나무 위에 아크릴과 파스텔

어머니의 양옆에는 중학생인 아들과 그보다 어린 딸이 짐처럼 서 있습니다. 이 어머니는 자식 농사에 바쁠 뿐 아니라 가정 경제도 챙겨야 하는 고단한 처지에 있습니다. ... 어머니도 소녀 적에는 늘 아리따운 꿈으로 가슴이 부풀었을 겁니다.... 그 감상과 순정을 언제인가부터 마음속 장롱 저 깊은 곳에 쿡 쑤셔 넣은 어머니는 굳건한 느티나무처럼 일어나 세상의 풍파를 헤치고 자녀들을 지키는데 한평생을 보내셨습니다.(51페이지)

모더존 베커의 <누워 있는 엄마와 아기> 1906, 캔버스에 유채

벌거벗은 채 잠이 든 엄마와 아기, 모든 문명의 가식을 벗어버리고 순수한 생명의 연대로 하나가 된 그 모습이 지극히 아름답습니다. 부드럽고 포근한 엄마의 살은 사랑과 믿음, 희망 같은 모든 아름다운 가치를 육신으로 불러낸 것이지요.(62페이지)

라울 뒤피의 <지중해> 1923, 캔버스에 유채

하늘도 바다도 심지어 해변의 모래사장도 새파란 색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지중해의 푸른 색은 그 어떤 것으로도 침범할 수 없는 거대한 제국을 이루고 있습니다.... 뒤피의 그림을 보고 왠지 마음의 평화가 느껴졌다면 그것은 그림을 제대로 본 것입니다. 이 지중해 그림을 통해 뒤피가 선물하고자 한 것이 바로 그 평화지요. (88쪽)

앙리 마티스의 <붉은 조화-식탁> 1908-1909, 캔버스에 유채

빨간색 만큼 우리의 눈에 강한 인상을 주고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색도 없습니다. 빨간색으로 그린 그림은 그래서 활기와 환희가 넘칩니다.... (이 그림은) 그같은 활기와 환희로 충만한 실내 풍경화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빨강을 사랑한 경험이 있습니다. 빨간 사탕, 빨간 사과, 빨간 색연필... 혹시 빨강이 싫어졌다면 내 안의 열정과 아이 같은 호기심이 사라진 것은 아닐까요? (95-97쪽)

앙리 마티스의 <크레올 무희> 1950, 캔버스 위에 색종이

마티스는 여행 중에 본 크레올 무희(크레올이란 식민지 태생의 백인을 의미함)의 그 열정적인 춤을 결코 잊을 수 없엇습니다. 그 춤의 열정, 아니 열정의 춤으로부터 마티스는 삶의 근원적인 에너지와 살아야 할 이유 같은 것을 발견했음에 틀림없습니다. 자신이 왜 그나이가 되어서도 매일 뜨겁게 새로운 예술 작품을 창조해야 하는지 답을 얻었음에 틀림없습니다. (133쪽)


리하르트 게를스틀의 <웃는 자화상> 1908, 캔버스에 유채

그림속의 화가는 지금 껄껄 웃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림을 보는 우리의 마음은 그다지 편치가 않습니다. 그림이 보여주는웃음이 밝고 순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노래가사도 있지만, 화가는 지금 웃어야 할 일을 앞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울어야 할 일을 앞두고 있는것 같습니다.... (이 그림을 그리고 난 뒤 화가는 사랑의 실패로 25살 나이에 자살했습니다.) (1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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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6-01-09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 보관함에 담습니다. 이주헌 그림책...좋아요^^

바람돌이 2006-01-09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꾸는 섬님 이주헌 그림책 좋죠!! 지금 이거말고 생각하는 그림들 -오늘편 보고 있는데 이 책도 아주 맘에 들어요. ^^

히피드림~ 2006-01-09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입니다. 소개해 주신 그림과 글들이 다 좋아요. 이주헌씨가 현학적이지도 않고 글을 참 다정하게 잘 쓰시네요. ^^

히피드림~ 2006-01-09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불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더 큰 그림을 보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

바람돌이 2006-01-09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unk님/이주헌씨 글의 매력이 현학적인 겉 멋 부리기가 거의 없다는 거예요. 저는 이주헌씨의 팬!!! 나오는 족족이 사들인다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