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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널 사랑해
교코 모리 지음, 김이숙 옮김 / 노블마인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엄마가 이런 짓을 저지른다 해도, 널 사랑한다는 걸 믿어주겠니? "
세상의 아름다움을 딸과 같이 나눌줄 알고 자유로운 감성을 나눠줄 줄 알았던 엄마가 어느날 이런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다면, 그래서 그녀의 딸이 엄마와의 일상적인 전화통화가 엄마의 이세상에서의 마지막 목소리였음을 알게 된다면, 그래도 그 엄마의 사랑을 믿을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이것이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이라는게 내내 마음에 걸렸다. 그냥 소설이었다면 좀더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글을 읽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주인공 유키를 통해 나타나는 작가의 슬픔과 상처가 내내 가슴이 쓰리고 아팠다.
그 슬픔은 눈물조차 흘릴 수 없을만큼 가슴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을 것이며, 어떤 곳에서 무엇을 하더라도 누구를 만나더라도 어떤 일과 맞딱뜨리더라도 12살 소녀적 그 아픈 시절에 소녀를 묶어두었으리라....그 아이가 엄마의 사랑을 정말로 믿을 수 있으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나야 할까?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도 회복되지 않는건 그녀가 잃어버린 소녀시절이리라... 외로워서 자살을 선택한 엄마가 더 큰 외로움에 딸을 남겨두고 떠나는 심정은 어떤 것일까?
아마도 유키는 절대로 이해하지 못하지 않을까? 그 상처가 비록 희미해진다 하더라도 그냥 어쩔 수 없어 받아들일뿐 지워지지 않은 흔적으로 남아 있을 것 같다. 사실 나는 잘 모르겠다. 내가 엄마이기 때문에 더 모르겠다. 어떤 외로움이 아이를 혼자 남겨두게 할 정도로 큰 것인지....
유키는 정말 홀로 남는다. 아버지와 새엄마가 같이 살지만 아버지는 딸과의 교류를 포기했고 - 아마도 엄마와 너무나 똑같은 딸을 보는 것이 괴로웠으리라, 죄책감과 미안함, 무력감이 범벅된듯한 그런 감정? - 새어머니는 유키와 너무 다르다. 사는 방식이 다르고 느끼는 방식이 다르다. 둘은 물과 기름이다. 서로를 견딜 수 없다. 다만 이웃의 눈을 의식해 같이 살고 있을 뿐....
그래도 유키는 살아간다. 하기야 이 나이의 아이가 무엇을 할 수 있으랴... 그래도 유키가 가끔 자신의 감정을 폭발시키기도 하는건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이모랑 있을 때다. 그들의 사랑이 그래도 유키의 화나고 슬픈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충분하진 않더라도... 그리고 어느 날 외할아버지의 죽음앞에 다시 서며 유키는 비로소 엄마의 죽음을 진정으로 대면하는 것 같다. 엄마의 곁을 떠나지 못하던 어린아이가 이제 어른이 되는걸까?
감성적인 문장들은 유키의 감정선을 가슴아프게 느껴지게 한다. 그 절제된 문장과 아픔이 오히려 나의 가슴을 더 아프게 한다.
이제 유키는 아마도 어른이 되었으리라.... 다시 사랑을 시작하고 마음을 열고....그래도 그녀가 가진 마음의 상처는 "그래도 널 사랑해"라는 한마디 속에 여전히 남아있지 않을까?